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피해자들 손배소송…또 일본기업 손 들어준 재판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전 미쓰비시광업 상대 소송
    법원 “청구 소멸시효 지나”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배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또 패소했다.

    법원이 “2015년 5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양승태 대법원’의 논리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이모씨 등 4명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1941년 5월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 나가사키현에 있던 미쓰비시광업의 탄광 노무자로 강제동원돼 일했고, 이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로 인정됐다. 2017년 2월 유족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박 부장판사는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민법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다만 권리 행사에 장애사유가 있다면 장애사유가 제거된 시점부터 계산해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문제는 ‘권리 행사의 장애사유가 제거된 시점’을 언제로 보느냐다.

    이 문제를 따지려면 강제징용 소송의 내력을 살펴봐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2년 5월24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처음 내놓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30일 이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며 “신일철주금은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환송 판결의 기속력은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법원이 2012년 판시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는 재상고심에서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고, 유족들의 객관적 권리 행사의 장애사유는 2018년 10월30일이 아니라 2012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로 이미 해소됐다”고 했다.

    대법원 1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았다고 처음 판단한 2012년 5월24일을 ‘권리 행사의 장애사유가 제거된 시점’으로 본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는 2015년 5월24일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해야 했는데, 이씨 유족은 2017년 소송을 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이와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상고심 판결일인 2018년 10월30일을 ‘권리 행사의 장애사유가 제거된 시점’으로 볼 경우 2021년 10월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이 살아 있게 된다.

    박 부장판사의 주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 법원행정처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2012년 5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3년 뒤인 2015년 5월 소멸된다’고 분석한 대외비 보고서의 결론과 같다.

    이 논리에 따르면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확정 판결 역시 소멸시효 완성 뒤 나온 뒤늦은 결론인 셈이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일제강점기 전범기업 등의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 입법청원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