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 잇단 유화 메시지…관계 심화 셈법
푸틴 아프간 특사 "탈레반과 관계 구축 7년 노력 결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대통령 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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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탈레반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세운 아슈라프 가니 정부가 무너지고 탈레반의 재집권이 유력해지자, 러시아는 벌써부터 탈레반 체제를 향해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지르노프 아프가니스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러시아 에코 모스크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탈레반 통제 하의 카불 상황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시절보다 낫다"고 말했다.
지르노프 대사는 "어제(15일)는 정권이 붕괴해 무질서했고, 권력공백이 느껴졌으며, 약탈자들이 거리로 나왔지만, 현재 카불 시내는 평화롭고 모든 게 진정됐다. 등교도 재개했고, 여학생들도 학교에 다시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의 행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르노프 대사에 따르면 탈레반 전사들은 비무장 상태로 카불에 진입해 정부와 미군에 항복을 요구했다. 이후 가니 대통령이 도주하자 탈레반 무장부대가 들어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프간을 출국한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탈레반은 이미 러시아 대사관의 보안 경계도 장악한 상황으로 17일 중 탈레반 측과 세부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지르노프 대사는 전했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는 직원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프간 특사인 자미르 카불로프도 이날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관계를 구축하려는 러시아의 오랜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지난 7년간 탈레반과 접촉해온 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탈레반이 결국에는 아프간의 미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탈레반을 아프간의 합법적 통치세력으로 인정하고 탈레반 치하 아프간과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이던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해 '10년 전쟁'을 벌였지만, 1989년 아프간 지역에서 성장한 이슬람 전사 무자헤딘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소련이 세운 아프간 정부는 1992년 무너졌다. 탈레반은 이후 1994년에 생겨나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지배했다.
러시아는 아프간의 불안이 중앙아시아로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동시에, 아프간에서 집권하는 탈레반 체제가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발판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 15일 트위터를 통해 "미군의 아프간 탈출은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반면, 미국의 패권은 퇴보하고 있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라고 밝혔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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