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아프간인들 '친인척 구해달라' 미국 정부에 호소
국외 탈출 위해 아프간 카불 공항에 몰려든 차량 |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구호단체들은 공항이 폐쇄되기 전에 아프간 현지인을 1명이라도 더 구출하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에 기반을 둔 자선가이자 인권 운동가인 아메드 칸은 탈레반의 테러 위협에 시달려온 기자, 학자, 평화 운동가 등을 포함해 아프간인들의 국외 탈출을 지원하고 있다.
칸의 구출 대상에는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들과 여성 인권 운동가 등 수천 명이 포함돼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의 살생부에 올라 있는 10만 명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카불에 미군을 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구호 단체들은 전세기를 아프간 카불 공항으로 보내 현지 직원 등을 데려오려고 시도해왔다.
하지만 40인승 비행기 1대당 140만 달러(한화 16억4천여 만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카불 공항에 무사히 착륙 및 이륙할지도 보장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몇몇 자산가들도 구출 지원을 위해 개인 소유의 전용기를 카불 공항에 보내려고 하고, 알바니아와 같은 일부 국가는 비자가 없어도 아프간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루터교 이민난민국의 크리쉬 오마라 비냐라자 회장은 "이번 사태에 당황한 아프간인들의 지원 호소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SIV를 넘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미국 행정부의 약속은 환영할 만하지만 아프간 현지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지원하는 '미나의 목록(Mina's List)' 창립자인 타냐 헨더슨 이사장은 8천여 명의 아프간인들을 피난시키려고 노력해왔다면서 "그 수가 시시각각 늘고 있다"고 말했다.
헨더슨 이사장은 몇 주간 작업 끝에 대피가 필요한 아프간인들과 가족을 확인하고 공항으로 데려갈 방법까지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공항이 폐쇄되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미국 의회 의원들은 가능한 많은 인원이 대피할 수 있을 때까지 미군이 카불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국에 있는 아프간인들 또한 현지의 친인척을 돕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된 날에 미국 새크라멘토에 사는 아프간인 베스멜라 쿠람이 그의 형과 통화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의 형이 아프간 정부를 위해 일했으며 현재로선 모든 게 막혀 국외로 탈출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는 16만6천여 명의 아프간인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아프간인 구출에 힘쓰라며 미국 행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아프간인 단체인 아프간연합은 고국에 고립된 친인척들을 위해 미국에 비자 신청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단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5년 전 미국에 도착해 아프간 식품 수입 사업을 하는 자위드는 "아프간에 사는 어머니가 울먹이며 통화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내일 아프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답답함을 쏟아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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