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탈레반 집권후 아프간 재건사업 참여 가능성 주시
인도와 경쟁 파키스탄, '이슬람 동맹국' 아프간 환영
러 "미국의 괴뢰정부보다 탈레반이 더 낫다"…이슬람 근본주의는 예의주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해외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책상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이 빠진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지자 인접국인 파키스탄, 인도, 중국, 러시아가 각자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이 나라들은 모두 최근 들어 탈레반과 다양한 수준에서 접촉을 시도하며 최근의 아프간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여부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파키스탄, 인도, 중국 정부는 모두 탈레반의 아프간 내 세력 확대를 예상하고 탈레반 측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늘려왔다.
중국이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지난달 말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회담했다.
당시 왕 부장은 탈레반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기를 요구했고, 바라다르는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일단 현재까지는 탈레반이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려 하는 모양새다.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신장 위구르 지역을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중국은 위구르인들에게 종교·사상적 영향력 줄 수 있는 탈레반을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중국이 유라시아 전역에서 펼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주요 인프라 시설을 노리는 이슬람 무장단체가 반중 정서를 등에 업고 세력을 확대하는 것도 특히 경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일단은 탈레반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실용주의를 내비치고 있다. 내전으로 황폐화한 아프간의 재건 과정에 향후 중국이 참여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1일 "아프간 탈레반 측은 중국과의 좋은 관계 발전을 원하며 중국이 아프간 재건과 발전에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리고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을 해치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영 글로벌타임즈도 중국 정부 고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후 재건에 참여하고 국가의 미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구소련 시절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러시아는 일단 미국을 등에 업었던 아프간 정부보다는 탈레반이 더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의 자미르 카불로프 아프간특사는 국영방송에 출연해 "협상 가능성을 비교해본다면 (미국의) 괴뢰정부보다 탈레반이 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오래전부터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미국이 배후에 있는 부패하고 무능한 아프간 정부보다는 차라리 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과 더 손잡을 만한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첸 등지에서 이슬람 무장조직의 분리독립주의 발흥을 우려하는 러시아도 중국과 비슷한 이유에서 탈레반의 이슬람 근본주의적 성향과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중국 등과 함께 대테러를 목적으로 한 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주요 도시를 하나씩 하나씩 함락하며 세력을 확대해가던 시점에서 행해진 이런 합동 훈련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작년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에 참석한 탈레반 대표단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파키스탄과 카슈미르 접경지대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인도는 이 지역 내 이슬람 무장조직들의 세력 확대를 우려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탈레반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국가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귀환을 라이벌인 인도에 대한 타격으로 보고 있다. 남아시아에서 인도와 경쟁하는 파키스탄으로서는 강력한 이슬람 동맹국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아프간의 정신적 노예 상태의 질곡을 깨버렸다"고 했고, 유력 종교정당 대표도 초강대국들로부터 자기 나라를 해방시켰다면서 탈레반을 "승리자"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파키스탄에도 탈레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디언은 탈레반의 재등장이 파키스탄의 강력한 급진 이슬람 조직들의 세 확장을 직간접적으로 도와 파키스탄 전체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에 취약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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