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에 20년간 2348兆 지출…매일 3522억 수준
전문가들 "사기 부족, 다민족 국가에 충성심 낮아" 지적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대통령 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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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의 천문학적인 지원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미군에 의해 카불에서 쫓겨난 지 약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탈환했다.
탈레반이 들이닥치자 정부군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채 물러났다. 자금이 없어서도, 무기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수조 달러를 지출하면서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현대화했다.
그렇다면 탈레반은 어떻게 미국의 철수 직후 곧바로 아프간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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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결성된 탈레반은 2001년 9월 11일 27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공격으로 미군과 연합군에 축출됐다. 2016년 미국의 파키스탄 공습으로 후계자였던 아흐타르 만수르가 숨지자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의 하이바툴라 아쿤자다가 승계해 조직을 이끌었다.
당시 아프간 애널리스트스인 토마스 러티그는 새로운 탈레반 지도자가 젊은 세대와 더 전투적인 세대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탈레반은 겉으로는 미국과 평화를 제안했다. 탈레반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신임 미국 대통령에 공개 서한을 보내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고, 양측은 수년간의 협상 끝에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군대를 철수하고 약 5000명의 탈레반 포로들을 석방키로 합의한 반면 탈레반은 알카에다를 포함한 어떤 단체나 개인도 미국이나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아프간 내 폭력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탈레반의 잔혹한 탈환 작전은 올해 초 시골 전초기지 장교들이 항복하기 시작하면서 탄력을 얻었고,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한 직후인 5월 1일 속도가 붙었다. 많은 도시에서 군대는 항복하거나 도망쳤고 총성이 발사되지 않은 채 국가는 탈레반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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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이 올해 6월까지 장악했거나 분쟁을 벌인 아프간 영토는 전체 50~70%에 달했다.
보고서는 "대담해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탈레반 지도부는 평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군사적 입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폭력 수준을 낮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비록 몇 주 동안 계속된 충돌이 있었지만, 탈레반은 지난 10일간 전국적으로 빠르게 진격했다. 이 기간 탈레반은 전체 34개 주에서 26개 주를 장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탈레반은 왜 아프간 정부군에 강했을까. 사실 아프간 정부군은 군대 규모에 있어 탈레반에 우위였다.
실제 지난 6월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군은 30만8000명 수준으로, 10만 명에 이르는 탈레반 조직의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지원도 넉넉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이후 20년간 아프간 전쟁에 2조 달러(약 2348조 원) 이상을 지출했는데, 이는 미국이 20년간 매일 3억 달러(약 3522억 원)를 지출한 셈이다.
또한 이는 아프간 전체 인구 4000만 명 당 5만 달러(약 5871만 원) 수준으로 미국은 '세계적 부호'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를 비롯한 미국 내 30대 억만장자 순자산을 합친 것보다 탈레반을 고립시키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아프가니스탄 탈출을 위해 찾은 카불 국제공항에서 달리는 비행기에 올라타기 위해 뛰고 있다. (트위터 캡쳐) 2021.8.1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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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프간의 빠른 함락을 두고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를 지적하고 있다.
카터 말카시안 전 미국 합동참모본부 보좌관은 CNN에 "아프간군이 때로는 협조가 부족하고 사기가 떨어져 있었다"며 "패배가 많을수록 그들의 사기는 더욱 나빠졌고 탈레반은 더욱 대담해졌다"고 전했다.
일본의 중동 전문가는 아사히신문에 "미국은 최신예 무기와 자금력으로 군과 경찰 병력을 증강해 왔지만 속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프간은 문맹률이 낮기도 해 군 훈련도가 낮고 다민족 국가로 병사들의 충성심이 낮으며 사기도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쳐들어왔을 때 자신의 목숨을 대신해서라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적었고 탈레반이 수도를 향해 각 주를 제압하는 과정에서도 후반으로 갈수록 무혈 개성이 잇따랐다. 탈레반 측도 부족 원로와 정부 내부의 동조자들을 통해 주지사 및 치안기관장과 물밑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역시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으로부터 직면했던 저항 부족은 매우 당혹스러웠다"면서 "그들은 현대 공군, 좋은 장비, 무기 등 모든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런 노력으로는 리더십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국회에서는 어떻게 상황을 이토록 잘못 판단할 수 있었는지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텍사스 주 하원의원 하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최고위원인 마이클 매콜은 이 상황을 "완전한 재앙"이라고 평가했고, 미치 매코넬 상원 소수당 대표는 "몇 주 전만 해도 공개적으로 자신 있게 위협을 일축했던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이런 일이 닥칠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관리들이 속도를 잘못 계산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철군 방침을 유지하겠단 입장을 유지했다.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과 관련해 대국민 열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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