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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의 오늘은 대만의 내일”…아프간 사태, 미국·대만 공격 빌미 삼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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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을 거론했다.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미군 철수 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의해 붕괴된 현실을 미국에 대한 공격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아프간의 오늘이 대만의 내일이 될 수 있다”며 미국과 대만 관계를 흔드는 데 아프간 문제를 활용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지난 16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아프간 정세와 중·미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17일 밝혔다. 왕 부장은 통화에서 “미국이 급히 철군한 것이 이미 아프간 정세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아프간 상황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지적했다. 왕 부장은 이어 “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면 더더욱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아프간이 혼란을 막고 평화재건을 이루는 데 있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의 정권은 국민 지지 없이 세울 수 없고, 강권과 군사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만 더 많아진다는 교훈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제도, 역사·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누구도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며 “한편으로 중국을 압박해 정당한 권익을 해칠 궁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군 철군 결정 이후 탈레반이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궁지에 몰린 미국을 면전에서 압박한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도 아프간 상황을 미국에 대한 공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카불 함락으로 미국 패권 쇠락의 조종이 울렸다”면서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것이 미국의 이미지와 신망의 붕괴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유아독존 패권주의 정책이 너무나 많은 사람의 비극을 낳았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아프간 사태가 미국의 국가적 신망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미국은 1975년 베트남전에서 동맹인 남베트남을 버렸고, 2019년 시리아 북부에서도 갑자기 철수해 동맹인 쿠르드족을 버렸다”면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동맹을 포기하는 것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미국의 나쁜 근성”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특히 아프간 사태를 미국과 가까워진 대만을 흔드는 데 활용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카불 정권을 버린 것은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아프간 상황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보호에 가장 의존하고 있는 대만의 운명에 대한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 일부 인사들은 대만과 아프간은 다르고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착각”이라며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미군 지원은 오지 않고 대만은 항복할 수 밖에 없으며 고위 관리들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에 의지해 중국에 대항했다가는 아프간 꼴이 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어제의 사이공, 오늘의 아프간, 내일의 대만?’이라는 문구가 온라인에 등장했다면서 미국은 위기 상황에서 대만을 버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실었다.

대만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 당적의 자오사오캉 BCC 라디오 방송국 국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만은 미국에만 기대면 아무 일도 없을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아프간의 정세가 어지러운 것은 내부 정세가 어지러웠기 때문이라며 내부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된다면 대만을 침략하려는 어떤 무력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랴오훙샹 전 국방대학 명예 강좌 학자는 “대만은 아프간이 아니다”면서 부패한 아프간 정부와 달리 대만의 국방전략은 정규군이 방어하는 형태로 아프간의 내전이나 베트남의 유격전과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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