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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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다는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우리의 임무는 성공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군 철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쫓기듯 빠져나오는 상황이 펼쳐진 데 따른 안팎의 비판을 아프간전 종전 당위론을 앞세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20년 전 아프간전 개전 당시 미국의 목표를 상기시키고 이를 달성했음을 집중 부각했다. 아프간전은 일찌감치 끝났어야 하는 전쟁이었다는 지론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는 20년 전 9월11일에 우리를 공격한 이들을 잡고 알카에다가 우리를 다시 공격하기 위한 기지로 아프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아프간에 갔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아프간전 개전 약 1개월 만에 알카에다를 비호한 탈레반 정권을 수도 카불에서 몰아냈고, 2011년 알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우리의 임무는 국가 건설도 아니었고, 통합되고 중앙집권화된 민주주의의 창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게 전쟁의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 결정이 비판을 받을 것임을 안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이 결정을 또다른 미국 대통령에게 넘기기보다 이 모든 비판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을 감내하면서 아프간전 종전 방침을 밀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내에선 ‘질서있고 안전한 탈출’ 계획이 실패한 데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일성인 “미국이 돌아왔다”는 선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이 1975년 베트남 사이공에서 당한 수모가 카불에서 재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상황이 벌어졌다”며 미군 철수 시나리오와 관련한 계산 착오는 시인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예상보다 빨리 아프간을 장악하게 된 근본적인 책임은 아프간 정부와 군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도망쳤고, 아프간 군대는 싸우려 하지도 않고 붕괴했다”면서 “지난주 벌어진 일들은 아프간에서 미군 개입을 끝내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음을 더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와 군대가 포기한 전쟁에 미국이 개입해 피를 흘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아프간에 있는 미국인을 수송하고 동맹국 요원 및 아프간인 조력자들 안전한 출발을 지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탈레반을 향해 미국 요원을 공격하거나 작전을 방해할 경우 신속하고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과 동맹국 요원 및 아프간 조력자 이송을 위해 병력을 6000명까지 증파한 상태다. 또 그는 아프간 국민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등 인권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의 예상치 못한 긴급사태를 맞아 긴급 자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아프간 망명자들을 위해 5억달러(약 5882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후반부터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설을 마친 뒤 다시 캠프 데이비드로 돌아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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