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간부, 톨로뉴스서 여성 진행 프로그램 출연
톨로뉴스 "역사 다시 썼다" 자축…회의적 시선도 만만찮아
아프간 TV채널 톨로뉴스에서 여성 앵커(왼쪽)와 이야기 나누는 탈레반 간부. [톨로뉴스 화면 캡처=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여성 인권 탄압의 대명사로 불리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TV 뉴스채널에서 여성 앵커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17일 뉴욕타임스(NYT)와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유력 뉴스채널인 톨로뉴스는 이날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가 탈레반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아르간드는 헤마드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의 상황에 관해 물었고, 헤마드는 "아프간의 진정한 통치자가 탈레반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 등 전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고 아프간 정부는 그날 항복을 선언했다.
탈레반은 이후 카불의 주요 방송사 등 언론사를 모두 손에 넣었기 때문에 이날 영상은 탈레반의 의도에 따라 방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 사진 지우는 카불의 상가 모습 [언론인 벤 솔로몬 트윗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에 대해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의 대표인 사드 모흐세니는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하며 "톨로뉴스와 탈레반이 역사를 다시 썼다"며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 할 일"이라고 자축했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1996∼2001년)에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 인권을 가혹하게 제한했다. 당시 여성은 취업, 사회 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외출도 제한됐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의 항복 선언 후 여성 권리를 존중하겠다며 과거와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와 목 등을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 및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도 전국에 사면령을 발표하면서 여성의 새 정부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탈레반의 변화는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장에서도 조금씩 감지됐다.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이나 외국 출신 여성 언론인과 접촉에 나섰고, 여성이 포함된 정부 대표단과 협상하기도 했다.
다만 탈레반의 이런 '이미지 메이킹'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마자 온라인에서는 여성이 등장한 외벽 광고사진이 페인트로 지워지는 사진이 올라와 우려를 낳았다.
카불에 사는 한 주민은 연합뉴스에 "지금은 카불 내의 탈레반은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AP=연합뉴스]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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