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중앙일보에 상황 전해
“집에 갇힌 채 TV뉴스만 지켜본다”
A는 “한류 팬이라는 것 외의 신상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탈레반이 (나를) 찾아내 죽일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A는 이날 새벽 자신의 방에서 녹음했다는 탈레반의 노래 음성파일을 전해 왔다. A는 “탈레반이 자신들의 노래를 연주하며 거리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들은 경찰차를 탄 채 사람을 통제한다”고 알렸다.
가족과 함께 집 안에 머문다는 A는 “부모님이 ‘공항 등지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 다칠 수 있다’고 했다”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탈레반을 믿을 수도 없어서 밖에 안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여자는 절대로 밖에 나갈 수 없는 환경이다. 여자는 홀로 움직일 수 없고 남자와 함께해야 한다”며 “그래서 카불 사진에 대부분 남자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는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을 예정된 수순으로 전망했다.
탈레반은 이번에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카불 시민은 없다는 게 A의 전언이다. A는 “탈레반이 주민 의견을 묻고 다닌다. 두려워서 아무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며 “탈레반은 과거에 ‘아무 짓도 안 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어겼다. 이번에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15일 밤 카불을 버리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 A는 “정부와 대통령이 우리를 버렸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절망했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관해서는 “미국이 떠난 건 사람들이 오래도록 원했던 일이라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도움과 관심을 호소했다. A는 “우리는 희망을 잃었다. 왜 우리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제발 가혹한 행동을 멈춰 달라”며 비자가 없어 카불에 묶인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수십 년간 도움을 청했지만, 말없이 우리가 죽어가는 걸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A는 감사 인사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는 “손 내밀어 얘기를 들어준 한국 국민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물어봐줘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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