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세계는 탈레반 정권을 승인할까?...중국 "새 정권" 발빠른 인정, 미국 "그들의 행동에 달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탈레반 공동 설립자이자 실질적 지도자 앞둘 가니 바라다르가 입국하는 등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세운 나라를 정상국가로 인정할지를 두고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탈레반을 새로운 정권으로 인정하며 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이슬람 극단주의 등이 자국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새 정권은 각종 국제 테러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비롯한 테러세력을 타격해 아프간이 다시 테러극단세력의 집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탈레반 집권을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탈레반을 아프간의 새 정권으로 지칭한 것이다.

아프간의 이웃국가인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에 대해 “아프간 국민들이 노예의 족쇄를 풀었다”며 추켜세웠다. 칸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라오프 하산도 자신의 SNS에 “부패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정권에서 탈레반으로의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의 AK 압둘 모멘 방글라데시 외교부 장관도 “탈레반 정부가 자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경우 방글라데시와의 문호는 분명히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탈레반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연일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탈레반에 대해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리는 현재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의 합법 정부 인정과 관련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국가들은 기본권 보장과 테러 세력과의 결별 등 전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탈레반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5일 “아무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군대를 아프간전에 투입한 나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모든 형태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계속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프간이 과거와 같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유럽연합(EU)은 우선 탈레반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집행위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탈레반이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아프간인의 기본권 보장, 평화롭고 포괄적인 분쟁해결 의지, 국제적 의무사항 준수, 테러단체의 아프간 영토 사용 방지 등의 이행이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탈레반을 정상국가로 인정할지 여부는 그들의 행동에 달렸다며 결론을 열어놓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탈레반 정부 인정 여부와 관련해 “과거 행적이 좋지 못했지만 현시점에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렸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은 존슨 영국 총리의 제안에 따라 다음주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탈레반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