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방부 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알링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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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발목이 잡힌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자중지란에 빠졌다. 탈레반의 급속한 아프간 점령을 예상하지 못해 벌어진 대혼란에 대한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자 말 바꾸기와 책임 전가를 일삼고 있다. 동맹국과의 충분한 협의 없는 철군 결정과 위험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조급한 철군에 따른 후폭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군 철수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가 더 잘 처리됐을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 생각하고 검토하겠지만 혼란 없이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었고, 그렇게 처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게 어떻게 일어났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수 결정을 내릴 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그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대가를 매기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들이 엄청난 것을 갖게 될 것이란 걸 알았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불과 한달 전에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배치된다. 그는 지난달 8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8월 말로 앞당긴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이 헬기로 탈출하는 것을 보게될 상황은 없다. 전혀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부패하고 무기력한 아프간 정부와 군대에 돌려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아프간에서 첩보와 계획, 실행, 판단에서 실패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 지도자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 다른 나라고 가버리고, 우리가 훈련시킨 30만명의 아프간 군대가 장비를 남기고 떠나버리면서 붕괴했다”면서 “이것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 책임 떠넘기기도 시작됐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브리핑을 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신속한 붕괴에 대한 정보당국의 첩보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나, 그리고 어느 누구도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와 군이 붕괴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 정부와 군의 급속한 붕괴에 따른 탈레반의 정권 탈취, 내전, 또는 합의 성사 등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됐지만 급속한 붕괴는 몇주에서 몇달, 심지어 몇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정부의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정보기관들이 지난달부터 아프간 정부가 수도 카불에서 버틸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관적 내용을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지방 주요 도시들을 점령해 나가기 시작하자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공격에 대응할 준비돼 있지 않고 카불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주요 결정은 7월 이전에 내려졌고 당시에는 아프간이 최소 2년 간 버틸 수 있다는 게 정보기관들의 의견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보 당국의 첩보 및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 실수는 결국 정보기관의 실패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간에서 벌어진 대혼란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여당인 민주당조차도 의회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평균을 각각 49.6%와 49.3%로 집계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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