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무장한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간 주요도시를 돌아다니며, 겁에 질린 주민들에게 직장으로 돌아갈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부 헤라트에 거주 중인 와시마(38)는 이날 오전 탈레반 조직원 3명이 자신의 집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총기를 소지한 상태였다고 와시마는 전했다. 그는 “조직원들은 내 신상정보를 기록했고, 직업과 급여 등의 정보를 요구했다”면서 “다시 근무를 시작하라고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레반은 여성들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탈레반 정권 하에서 여성의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레반 조직원들이 여성들의 경제 활동을 독려하는 한편, 실제로는 직장에서 쫓겨나는 여성들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라디오 진행을 담당해왔던 샤브남 다우란은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었으니 집에 가라”는 해고통보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도 카불을 비롯해 남부 라슈카르가, 북부 마자리샤리프까지 아프간 전역에서 이날 하루 동안 불시에 가정방문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조직원들이 집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보복이 두렵다며 이름을 밝히는 것은 거부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탈레반의 방문이 경제활동 장려뿐 아니라 새 지도부에 대한 공포감과 위협감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은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앞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부흥과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방안을 탐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 같은 탈레반의 입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에 여성이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여성의 권리를 억압해왔기 때문이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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