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경제활동 재개 압박…경제위기 속 IMF, 금융지원 중단
바이든 "철군 따른 혼란 불가피"…가니 대통령은 UAE서 "귀국 논의"
카불을 순찰하는 탈레반 조직원들 [A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뜨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제 정상 국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분위기다.
전격 철군 결정 후 쫓기며 탈출하는 신세가 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에 대해 변명을 이어가는 등 궁지에 내몰리는 모습이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국을 장악한 탈레반이 주요 도시에서 각 집을 방문하며 경제활동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서부 헤라트에서도 무장한 탈레반이 시민의 집을 찾아 월급, 업무 내용 등을 물은 뒤 출근 재개를 지시하는 등 곳곳에서 경제 정상화에 안간힘을 기울이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현재 아프간은 외국 주둔군 철수 뒤 소비지출 감소, 자국 통화 가치 하락, 외화 부족으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아프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하며 금융지원도 중단했다.
카불서 아프간 전 정부 인사들과 회동하는 탈레반 간부 |
탈레반은 온라인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새로 생긴 탈레반의 공식 계정이나 친탈레반 개정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계정들은 탈레반 통치에 관한 동영상, 이미지, 슬로건 등을 올리고 있다.
정부 측 인사들과 정권 이양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카니는 전날 카불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 정부 측 인사들과 회동했다.
와중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철군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다시 '변명'만 늘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철군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한 일이었다며 항변했다.
바이든 아프간전 미군 철군 딜레마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
그는 아프간 혼란과 관련해 정보 수집과 판단 등에서 실패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 단순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내 미국인 철수를 위해 미군 철군 시한을 이달 31일 이후로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에는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철군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탈레반과 협상으로 시작돼 이뤄진 것이라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며칠째 탈출 행렬이 이어지는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는 탈레반이 합법적 조건을 갖추고 출국하려는 주민의 진입조차 막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식통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15일 이후 카불 공항에서는 총격과 인파 쇄도 등으로 12명이 숨졌다.
한편, 현금다발을 싣고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전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해외로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탈레반과 정부 대표단 간의 협상이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의 정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귀국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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