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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계속 되는 아프간 비극, 이번엔 카불 공항서 2살 여아 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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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미 정부와 일한 아프간인 일부는 숨어지내... “공항까지 가는 것 포기”

조선일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20일(현지 시각) 국외 탈출을 희망하는 민간인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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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탈출 인파가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21일(현지 시각) 2세 여아가 압사하는 사고가 벌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1일 오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2세 여아가 군중의 발에 짓밟혀 사망했다.

사연은 이랬다. 카불의 한 미국 회사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한 여성은 아프간을 떠나기 위해 공항 게이트를 향하는 무리에 합류했다. 남편과 2살 딸, 장애가 있는 부모, 세 명의 자매, 조카와 함께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인파에 밀려 가족 모두가 넘어졌다.

이 여성은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누군가 내 휴대전화를 밟아 부쉈고, 내 머리를 발로 찼다”며 “숨을 쉴 수가 없어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 찢어 벗으려 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발길을 피해 겨우 일어났지만, 딸은 이미 군중에 짓밟혀 사망한 뒤였다. 이 여성은 NYT에 “완전한 공포를 느꼈다. 딸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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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영국과 터키 연합군, 미국 해병대원들이 한 아프간 어린이를 끌어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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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공항의 안전이 위협받자 주아프간 미 대사관은 이날 자국민에게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개별적인 지시를 받지 않은 이상은 공항으로의 이동과 공항 게이트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는 공지를 내린 바 있다.

한편 미군 또는 미 정부 관련 단체에서 일한 이들은 탈레반의 색출과 보복을 우려해 숨어 지내고 있다. 이들은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미군과 서방 구호단체에서 통역사로 일한 39살 아프간 남성은 “탈레반으로부터 ‘너를 죽이겠다’는 전화를 받고 카불 시내에서 숨어 지낸다”고 NYT에 전했다.

또 다른 통역사는 “탈레반을 뚫고 공항까지 갈 자신이 없다”며 “비행기를 타려는 시도를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을 잃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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