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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특파원 시선] 아프간 난민의 설움…'4중 차단벽'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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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난민 200만명 발생 예상

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 국경에 차단벽 설치

연합뉴스

아프간 난민 아이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과격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을 피해 해외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서러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주변국들이 난민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보호보다 자국의 치안 유지와 사회 혼란 방지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타국에 난민 신청을 한 아프간인은 약 280만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5만 명이 파키스탄에 거주 중이며, 이란이 78만 명, 독일 18만 명, 터키가 13만 명을 수용 중이다.

이는 정식으로 각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만 집계한 수치다. 비공식적으로는 아프간 접경국인 파키스탄과 이란에만 각각 300만 명의 아프간 난민이 거주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하면서 아프간 탈출 행렬이 급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적어도 2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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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국경에 몰려든 아프간 난민
[AFP=연합뉴스]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든 2015년 난민 위기 당시 난민 행렬의 주축을 이룬 시리아 난민의 최종 목적지는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와 독일이었다.

당시 시리아 난민은 접경국인 터키를 거쳐 그리스를 통해 EU 회원국에 입국한 후 북상해 독일·북유럽으로 향하는 경로를 택했다.

아프간 난민 역시 독일·북유럽을 목표로 '아프간→이란→터키→그리스' 또는 '아프간→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의 경로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에 한꺼번에 2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입되는 것은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자국에 머무를 경우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자국민과 난민의 문화적·종교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 등은 아프간 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차단벽'을 설치하는 중이다.

파키스탄은 이미 아프간 국경 90% 이상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으며, 나머지 지역 작업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중으로 구성된 이 펜스는 4m 높이로 윤형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등이 설치됐다. 민간인이 뚫고 지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란 역시 아프간 난민 차단을 위해 국경 통제에 나섰다.

이란은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 라자비 호라산주, 남호라산주 3개 주가 아프간과 접경하고 있으며,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는 난민이 국경을 넘지 못하도록 철조망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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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터키 국경에 세워진 장벽
[AP=연합뉴스]


사실상 유럽을 위한 '난민 방파제' 역할을 하는 터키는 아프간 난민 유입 우려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터키 집권당 대변인은 "터키는 난민 캠프가 아니다"라며 "단 한 명의 아프간 난민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는 이미 36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수용 중인 상태에서 아프간 난민까지 감당할 수 없다는 터키 정부의 현실 인식이 깔려있다.

이에 터키 정부는 이란 국경지대에 241㎞에 달하는 차단벽과 200여 개의 감시탑을 설치하고 아프간 난민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그리스 역시 터키와의 육상 국경에 40㎞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스 정부는 일찌감치 이주민·난민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불법적으로 자국 영토에 들어온 아프간인은 즉시 되돌려보내겠다고 천명했다.

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가 세운 '4중 차단벽'에 아프간 난민의 비애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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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경 지키는 터키 군인
[로이터=연합뉴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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