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작전’을 ‘구조작전’이라고 잘못 호칭
미국인 대피율 98%인데 90%로 낮추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마친 뒤 연단 위에 놓였던 마스크를 집어 들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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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잦은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곤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한 5번째 대국민 연설에서도 작전명을 틀리는가 하면 사실과 다른 수치를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일격에 무너진 아프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한편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간과 맺은 평화협정이 ‘오판’이었다고 맹비난했다.
8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전쟁을 20년 만에 완전히 끝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약 보름 전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손아귀에 떨어진 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아프간 내 자국민, 그리고 자국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을 군용기로 탈출시키며 이 군사작전에 ‘연합국대피작전(Operation Allies Refuge)’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실수로 이를 ‘연합구조작전(Operation Allied Rescue)’이라고 잘못 지칭했다.
숫자도 틀렸다. 미군은 이번 작전을 통해 아프간에 있던 미국인 약 5500명을 카불공항을 통해 탈출시켰다. 작전 개시 당시 아프간엔 군인 외에 5600∼5700명의 미국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100∼200명은 철수 시한(8월 31일 0시)에 맞춰 카불공항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그냥 아프간에 남기로 마음을 굳히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카불공항을 떠나는 수송기에 타지 않았다.
5600∼5700명 중에서 5500명을 탈출시켰으니 성공률은 약 98%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실수로 이를 90%라고 말했다. 미군 입장에선 100%에 근접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대통령이 장병들의 노고를 되레 깎아내린 셈이 됐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군한 직후인 8월 31일 오전(현지시간) 수도 카불 시내에서 탈레반이 축하의 의미로 쏜 폭죽이 터지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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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가니’라는 이름조차 생략한 채 그냥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들(아프간인)의 대통령이 부패와 불법 속에 도망을 치고 자기네 나라를 적, 곧 탈레반 손에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과 동맹국 국민들이 급증하는 위협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가니 전 대통령이 탈레반의 카불 입성 직전 돈다발이 든 가방 4개를 들고 가장 먼저 외국으로 도피했다는 외신 보도를 사실상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앞서 가니 전 대통령 측은 이런 내용의 보도를 극구 부인하며 “때가 되면 아프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지난해 트럼프 정부가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이 되레 탈레반의 힘을 키우고 아프간 정부군 입지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정 결과 5000명의 탈레반 포로가 풀려났는데 그중에는 현재 탈레반 최고의 군사 지도자도 몇 명 포함돼 있다”며 “내가 취임했을 때 탈레반은 이미 2001년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채 아프간 전역을 통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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