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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이번에도 "소송시효 지났다" 강제징용 피해자들 또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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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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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손해배상을 낼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지난달 11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한 것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징용 피해자의 자녀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 또 패소



강제징용 피해자인 A씨는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시의 한 제철소에서 강제로 일했다. 일본제철이 운영하던 제철소다. A씨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지원 위원회에서 징용 생활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A씨의 유족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인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측 의견이 달랐던 점은 크게 4가지다. 먼저 과거 1930년대의 일본제철과 현재 일본제철이 동일성을 유지하는 회사로 볼 수 있는지다. 일본제철 측은 패전 이후 일본 법에 따라 회사 해산 후 새로 설립된 회사여서 과거의 전범 기업과는 단절된 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일본 전범 기업들이 과거 다른 강제징용 재판에서도 꾸준히 주장했던 쟁점이다. 하지만 법원은 옛 일본제철과 현재 일본제철이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로 피고 측이 “재판권이 대한민국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이 이 사건 당사자들 및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재판관할권은 대한민국 법원에 있다”고 했다.

세 번째로 일본 측의 오랜 주장인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자료 청구권이 제한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청구권 및 소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2018년 대법 전원합의 판결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네번째 손해배상청구의‘소멸시효’ 쟁점이 원고들의 발목을 잡았다. 민법은 어떤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고, 소송을 낼 수 있는 장애 사유가 없는 상태로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재판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한다.



법원 "소멸시효 기산일은 2012년 5월 24일"



박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효의 시작점이 2012년 5월 24일자 대법원 판결 때부터라고 해석했다. 2012년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측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원고들이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이 있기 전까지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이 있었고, 이 판결은 파기환송심이나 재상고심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영향을 미치므로 A씨 유족들의 권리행사 장애 사유는 2012년 5월 판결로 해소됐다는 해석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원고들은 2012년 5월 24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어야 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모씨 등의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의 소송을 대리한 전범진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은 '잠정적인 결론'인데 그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잡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불분명할 때는 확정판결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통상적이다"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멸시효의 시작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는 대법원 판례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고 설명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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