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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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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백신 없이 성립 불가…전문가 “국산개발·해외도입 투트랙으로 추가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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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경북 안동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관계자들이 임상 3상 중인 개발 중인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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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나 뮤 등 새로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면서 백신 접종을 통한 일상으로의 회복은 상당히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집단면역은 어려운 성질의 것으로 이해하고,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위드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공존)’ 개념으로 방역 정책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여겨지려면 여러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충분한 백신 확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화이자나 모더나 등 해외 개발 백신을 추가로 들여오는 것은 물론, 국산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개별 제약사 또는 국제기구를 통해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노바백스 5종 총 1억9490만회분으로, 지난 15일 기준으로 총 물량의 33.6%인 6551만 회분 백신이 국내 공급됐다. 이미 도입됐거나 도입 예정인 물량은 국민 전체 숫자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두 번에 나눠 맞는 것은 물론이고 n차 부스터샷에도 문제가 없다.

정부는 델타 변이 확산 등과 연계해 내년에도 화이자, 모더나, AZ, 얀센, 노바벡스 등 mRNA 백신을 중심으로 하는 예방접종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mRNA 백신 8000만회분, 국산 백신 1000만회분에 더해 올해 남는 백신을 합해 총 1억7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계획대로 백신 도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방역 당국은 올해 백신별로 코백스 2000만회분, AZ 2000만회분, 화이자 6600만회분, 모더나 4000만회분, 얀센 700만회분, 노바백스 4000만회분을 확보했는데, 실제 국내로 들어온 물량은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 AZ의 경우 60대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물량 대부분을 소진했고, 얀센 역시 국내 물량이 한정적이다. 모더나는 수급 문제로 원래 들여오려던 것의 8.86%만 들어왔다. 남은 도입 물량의 3분의 1이 아직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한 노바백스라는 점 역시 불안요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의 출몰은 백신 확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이스라엘, 영국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스터샷의 경우 충분한 백신 확보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FDA의 경우 오는 17일(현지시각) 부스터샷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인데, 접종으로 결론을 내면 한국 방역 당국 역시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현재 부스터샷 계획을 전문가들과 함께 수립 중”이라면서 “빠르면 4분기에 부스터샷을 할 예정이며 계획이 마련되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결론과는 관계없이 우리 자체적으로 부스터샷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접종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백신 효과가 약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숫자도 줄고 있지 않다. 부스터샷 효과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맞추기로 결정한다면 그에 따른 우리 나름대로의 방역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백신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증도와 사망률을 낮춰 독감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려면 백신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해외 수입 백신을 늘리고, 국산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7곳으로,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백신 ‘GBP501′에 대한 임상 3상 승인을 받았고, 5000명 이상의 임상 참여자를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바이오벤처 큐라티스·아이진·진원생명과학과 백신 생산업체인 보령바이오파마는 지난 15일 국산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 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을 상용화하는 한편 오는 2025년까지 세계 5위 백신 생산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라고했다.

한편, 국내 백신 접종률이 집단면역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전국민의 70%를 향해 가는 가운데, 과연 국산 백신 개발이 필요한가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국산 백신 상용화는 백신 수급을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감염병 대비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단지 ‘백신 자주권’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이라는 기회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정부가 K백신 개발 성공을 위한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안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했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사업’에 참여 중인 이왕준 명지재단 이사장은 “정부가 ‘자주국방’을 위해 무기 개발에 나서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돼야 한다”라며 ”백신 자주권을 확보가 곧 국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mRNA 등 백신 개발 플랫폼을 확보하면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에 대비한 다른 백신 개발에도 대비할 수 있어 ‘미래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면서 “해외에서 개발된 코로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국산 백신 개발에도 성공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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