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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명예 훼손 혐의 고영주…대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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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심 ‘무죄’·2심 ‘유죄’

세계일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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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6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4일 한 보수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과거 부림사건을 변호했고 그것은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해당 사건을 수사한 자신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과 고문, 협박을 통해 비밀 간첩 조직을 만들었다는 등의 허위 자백을 이끌어내 19명을 구속한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한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았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적 등에 관해 자신의 평가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외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문제된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경우에는 이와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원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 없고,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증명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의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표현의 자유 한계를 일탈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앞서 1심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용어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표현이 부정적 의미를 갖는 사실 적시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중 원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실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 역시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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