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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커스' 발표 전까지 몰랐던 佛…"트럼프 떠오르는 결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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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계약 파기한 호주뿐만 아니라 원인 제공한 미국에도 불만

연합뉴스

미·영·호주, 새 안보동맹 '오커스'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미국, 영국 그리고 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3자 안보 동맹을 결성한다는 소식은 프랑스에 충격을 안겼다.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 그룹과 체결한 수십조 원 규모의 계약을 파기한 것도 문제였지만 미국이 프랑스에 귀띔조차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간 르몽드는 관련 언론 보도가 처음 나오기 전까지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사전에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오커스'(AUKUS) 발족을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과 관계 개선에 희망을 품어온 프랑스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떠나고 나서 앞으로 미국과 좋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왔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 바닷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서로의 등에 손을 얹고 걸어가는 사진은 한층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프랑스는 미국에 걸었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큰 모습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오커스 발족 기자회견 후 공동 성명을 내고 신의를 깨뜨린 호주와 원인을 제공한 미국을 향해 함께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성명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한 때에 프랑스와 같은 동맹국이자 유럽 파트너국이 호주와의 동반자 관계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칙에 기초한 일관성 결여를 보여주는 미국의 선택에 프랑스는 주목하고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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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소 언론에 얼굴을 자주 비치지 않는 편인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부 장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까지 라디오에 출격해 핏대를 세웠다.

르드리앙 장관은 프랑스앵포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호주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며 "오늘 매우 화가 난다", "동맹국 간에 할 일이 아니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선 이후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쳐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듯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는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까지 말했다.

파를리 장관은 약속을 깨뜨린 호주에 "몹시 나쁜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미국을 향해서는 "동맹국을 어떻게 대했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이러한 반발을 예상한 듯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를 콕 집어 두 차례나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프랑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며 "미국은 프랑스 및 다른 중요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모리슨 호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는 프랑스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후 취재진과 만나 "프랑스를 생각했을 때 매우 어렵고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인정하면서 "마음이 바뀐 게 아니라 필요가 바뀌었다"고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태평양에서 호주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임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으나 프랑스 입장에서는 외교적 수사에 그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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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나발 그룹은 2016년 디젤 잠수함 12척을 호주에 공급하는 560억유로(약 77조원) 규모의 계약 맺었고 어마어마한 계약 금액에 언론들은 이를 "세기의 계약"이라고 불렀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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