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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획기적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 효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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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 제약기업이 만든 치매약

최초의 근본 치료제로 전세계 주목

FDA 승인은 받았지만 약효 의문

부작용과 너무 비싼 가격도 문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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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품의약국(FDA)이 6월 승인한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사진)이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와 영국의학저널(BMJ),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등 유력 학술지를 통해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부작용과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두카누맙은 미국의 다국적 생명과학기업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들이 불안이나 불면증, 기억력 감소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데 그친 반면 아두카누맙은 임상시험에서 인지능력 감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치료제 속 항체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단백질 침전물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원리다. 승인 후 미국에서 2주 동안 약 200만 달러(약 23억 원)의 판매량을 기록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아두카누맙의 효능 논란은 개발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으로 2건의 임상 3상을 진행하다 2019년 3월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개발 중단을 발표했다. 그러다 돌연 같은 해 10월 1건의 임상 3상을 재분석한 결과 기억과 사고력, 일상 행동 능력의 감소를 22%까지 늦추는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며 혼란을 줬다. 손유리 서울부민병원 신경과 과장은 “같은 데이터를 놓고 다르게 분석해 FDA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베타아밀로이드만 제거해 치료가 가능한지도 의학계에서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BMJ는 “알츠하이머 질환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역할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많다”며 “아두카누맙 승인은 환자나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불확실성을 가져오며 이 논쟁을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부작용 문제도 제기된다. 항체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뇌에 염증이나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손 과장은 “두통이나 현기증, 어지럼증, 구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별한 증상 없이 부작용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FDA도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4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1회 투여에 4321달러(약 500만 원)가 든다. 1년 동안 투여할 경우 5만6000달러(약 6500만 원)가 필요하다.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 에이즈 치료제처럼 지속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주기적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초의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제라는 점에서 여전히 환자들의 기대는 크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은 한 국내 환자는 “원인 치료제란 점에서 기대된다. 빨리 사용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아두카누맙의 국내 승인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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