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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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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하려… 美·英, 호주에 핵잠수함 극비기술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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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안보 협력체 ‘오커스’ 창설

美, 63년만에 기술 이전 나서

목표는 사흘 내 중국 해군 궤멸

美·中 사이 모호한 태도… 한국은 기술 받기 힘들듯

미국이 영국⋅호주와 함께 새로운 3국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의 창설을 15일(현지 시각) 공식 발표했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 ‘쿼드(Quad)’에 이어 또 하나의 대중 견제 네트워크가 탄생한 셈이다.

호주(A), 영국(UK), 미국(US)의 국명 머리글자를 합쳐 이름을 만든 오커스는 3국의 첫 협력 사업으로 호주의 ‘핵(核)잠수함 선단’의 창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이 전폭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국이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원자력 추진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해 주는 것은 1958년 영국으로의 이전 이후 6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3국 정상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가능한 한 가장 빠른 날짜에 호주가 이 능력을 실전 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호주는 조만간 애들레이드에서 잠수함 건조를 시작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화상으로 개최한 3국 정상 합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오늘 3국 간 협력을 심화하고 공식화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일보를 내딛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3국과 세계의 미래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계속 유지되고 번영하는 데 달려있다”면서 “미국은 또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쿼드, 인도·태평양의 조약 동맹 5국 및 가까운 파트너들, 유럽과 세계의 동맹·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조약 동맹 5국’에 한국이 포함된 만큼 앞으로 대중 견제 협력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국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정보와 기술 공유 심화를 촉진하고 안보 및 국방과 연관된 과학, 기술, 산업 기반, 공급망의 통합 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합동 역량과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3국 협력을 시작한다”며 사이버 능력, 인공지능, 퀀텀 기술, 추가적 해저 역량을 초기 중점 사항으로 거론했다.

미국이 전통의 동맹인 영국에 이어 63년 만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할 대상으로 호주를 고른 것은 호주의 대중 견제 의지와 역량을 모두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합동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호주가 “오랫동안 신의 있고(faithful) 유능한 파트너”였다고 표현했다. 최근 중국과 확실히 각을 세워온 호주가 풍부한 천연자원 등 중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입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발언이었다.

미국의 원자력 추진 기술 이전은 ‘유사시 사흘 내 중국 해군 궤멸’이란 목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매슈 크로닉 애틀랜틱카운슬 전략이니셔티브 국장은 이날 홈페이지에 “중국의 군사적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72시간 내에 중국 해군을 궤멸할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지원 하에 호주가 만들게 될 공격용 잠수함들은 적의 전함을 파괴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이런 것들이 바로 중국에 맞서 우리가 인도·태평양에서 강화해야 할 억지와 방어 능력”이라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은 작년 6월 포린어페어스에 “미군이 72시간 내에 남중국해의 모든 중국 군함, 잠수함, 상선을 침몰시키겠다고 믿을 만한 위협을 할 역량이 있다면 중국 지도자들이 예컨대 대만의 봉쇄나 침공 같은 것을 시작하기 전에 재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군이 이 해역에서 핵잠수함 선단을 운영하게 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이란 파격적 지원을 결정한 데는 확실히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본보기’를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9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에 보내 핵잠수함 추진을 위한 핵연료를 미 측에서 공급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이 (핵추진 잠수함) 기술은 극도로 민감하다. 솔직히 이것(호주로의 이전)은 많은 측면에서 우리 정책의 예외”라며 “이런 일이 앞으로 다른 상황에서 이뤄질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 이는 단 한 번 있는 일(one-off)”이라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해온 한국이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받을 가망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오커스 발족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높은 수준의 핵잠수함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핵 수출을 지정학적 게임의 도구로 삼는 것으로 이중잣대이자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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