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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전문가’ 수베로도 애먹는 K-육성, 그래도 길은 있다 [엠스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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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전문가 수베로 감독의 하소연 “한국에서 어린 선수 육성 어렵다”

-“19살 선수가 2군 베테랑과 상대, 실패하면 자신감 상실”

-“미국야구와 한국야구 단순 비교 어렵다…한국야구 토대 위에서 해법 찾아야” 지적도

-1군 즉시전력감, 장기 육성 선수에 ‘선택과 집중’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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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강백호, 이정후, 이의리. 오늘날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스타 플레이어다. 이들에겐 고교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 1군 무대에 데뷔해 큰 성공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다년간 육성해서 1군 선수로 키운 게 아니라, 프로에 오자마자 바로 1군 스타로 올라섰다.

다른 팀을 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각 팀에서 주축으로 활약 중인 20대 선수 중에 퓨처스리그가 낳고 길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물다. 입단해서 바로 1군 무대를 폭격하는 선수든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쳤든 1군 스타급 선수는 대부분 처음 출발지점부터 1군 선수였다.

지난해부터 긴 리빌딩 터널을 지나는 중인 한화 이글스도 마찬가지. 올 시즌 한화에서 스타급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는 김민우, 노시환, 정은원, 하주석은 프로 데뷔 첫해부터 1군에서 많은 기회가 주어졌던 선수다. 지난해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강재민도 퓨처스에서 던진 이닝수는 13이닝밖에 되지 않는다. 2군에서 잘 키웠다고 생색내기엔 모자람이 있는 숫자다.

반면 유장혁, 최인호, 임종찬 등 19~20세 어린 선수들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도합 900타석 정도의 기회를 줬지만 하나같이 2할도 안 되는 타율만 남기고 내려갔다.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답답했는지, 얼마 전 수베로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야구에서 어린 선수를 육성하기 어렵다”는 푸념을 하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은 “미국야구는 싱글 A, 더블 A, 트리플 A 등 여러 레벨로 나뉘어 있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끼리 경쟁하며 자신감을 얻고 기량도 향상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며 “고교에서 최고 수준인 선수도 프로에 와서는 2군의 경험 많은 선수와 경쟁해야 한다. 한번은 함평에서 20대 후반 KIA 투수가 신인 타자 상대로 계속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 잡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신인 선수가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로 프로에 왔다가, 1.5군 베테랑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코치들이 도우려고 하지만, 당장 전광판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어린 선수들이 이겨내기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2, 3단계 레벨도 나누면 해결될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베로 감독의 말이다.

메이저리그도 빅리그급 유망주 수는 제한적…1군급 선수와 유망주 ‘선택과 집중’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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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 2군야구장(사진=엠스플뉴스)



수베로 감독의 발언 이후 한국야구 육성시스템의 문제점과 한계를 놓고 다양한 지적이 쏟아졌다. 다만 한국야구의 특수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야구 시스템과 단순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리그다. 아마추어에서 아무리 날고 기는 선수라도 직행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만큼 리그 수준이 높다. 또 중남미 출신 10대부터 마이너 베테랑까지 구단마다 수백 명의 선수를 보유한 만큼 여러 단계로 체계적인 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마이너 팀 대부분이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린, 그 자체로 자생력을 갖춘 구단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야구는 3군, 4군을 운영할 만큼 선수 자원이 풍족하지 못한 환경이다. 고교팀 수가 100군데도 안 될 만큼 빈약한 저변에, 프로야구 퓨처스리그도 겨우겨우 운영하는 형편에서 3군까지 제대로 운영하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요구일지 모른다. 한국보다 훨씬 고교팀 수가 많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3군까지 완벽하게 운영하는 팀은 몇 안 된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미국 방식을 부러워하기보단, 한국야구가 세워진 토대 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구단에서 육성 파트를 경험한 관계자는 “한국야구 여건상 선수 육성은 1군·즉시전력감과 장기 육성 대상을 나눠 투 트랙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군 주전이나 스타급은 아니지만 백업 등으로 빠르게 활용 가능한 유형의 선수가 있다. 이들은 이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관리하고, 대신에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어린 선수들은 2군에서 최대한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요즘에는 최신 장비와 선수 개별 맞춤형 훈련법을 사용해 짧은 시간 안에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선택과 집중을 잘하려면 선수 능력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최근엔 선수의 신체 능력과 퍼포먼스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보여주는 수많은 기기가 나와 있다. 이 기계 장치들은 선수의 바디프로필부터 공의 회전수와 회전축, 회전효율, 타구 스피드, 스윙궤적 등을 수치화해 보여주고 어떤 유형의 선수로 발전할지 혹은 어떤 훈련법을 적용할지 정하는 데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한편으로 이런 데이터는 구단이 ‘가망 없는’ 선수를 빠르게 솎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일부 구단이 퓨처스 선수단을 대규모로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인 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도 원인이지만, 그동안 막연한 기대와 매몰 비용 생각에 계속 2군에 붙들고 있었던 선수들을 포기하기 쉬워진 것도 이유다.

일단 육성 대상으로 정한 선수라면 2군에서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해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앞의 관계자는 “1군에서처럼 한번 못했다고 빼면 수베로 감독의 말대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 하지만 못해도 다음날 또 나간다는 확신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1군 경기가 결과를 내야 하는 곳이라면, 2군 경기는 트레이닝 성과를 확인하는 무대다. 목적 자체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2군 지도자가 아닌 구단에서 선수 육성을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2군이 거둔 성과에 대한 평가는 팀 승패나 선수 기록이 아닌 다른 지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2군 전체적인 운영 방향, 선수 개개인의 장기 육성 방향을 구단에서 정하고 그걸 근거로 평가하면 된다. 수베로 감독도 “2군에 있는 선수에게 당장의 성적 부담을 주기보단, 구단의 육성 프로세스를 믿고 그에 맞춰 트레이닝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교, 대학야구가 KBO리그의 팜 시스템…아마야구 발전이 프로 육성에도 도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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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챔피언스 파크 운동장(사진=엠스플뉴스)



이처럼 2군에서 ‘될 만한 선수’ 위주의 운영을 하면 자연히 소외되고 배제당하는 선수들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야구에서도 마이너리그 시스템의 효율성과 관련해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마이너리그 구단 수를 9개에서 7개로 줄인 휴스턴 애스트로스 출신 인사는 파이브서티에잇과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확률이 1%도 안 되는 선수를 지원하는 것보다 코칭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LA 다저스 워커 뷸러는 같은 기사에서 “마이너 구단에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뛸 만한 선수는 세 명 정도다. 나머지는 그 세 명이 경기에서 뛸 수 있도록 머릿수를 채우는 역할”이라 말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수준에 도달하기 힘든 선수가 마이너리그에 너무 많다는 게 뷸러의 생각이다. 한국야구 퓨처스리그라고 과연 얼마나 다를까.

육성 프로세스에서 배제된 선수들은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 활발한 선수 이동을 통해 활로를 열어주는 게 방법이다. 현재 폐지와 존속 갈림길에 놓인 2차 드래프트 제도를 ‘20대 중후반인데 2군에서 19살과 상대하는’ 입지가 애매한 선수들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마이너 팀과 제휴하듯 독립구단과 제휴하는 방법, 호주 질롱코리아 사례처럼 국외 리그를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 야구인은 “이미 한국야구는 마이너리그처럼 여러 단계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면서 “한국에선 고교야구와 대학야구가 사실상 프로야구의 팜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퓨처스리그를 잘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교와 대학 ‘팜’을 잘 관리하는 것도 육성 효과를 높이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야구인은 “최근 서울고, 원주고 등 여러 학교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새로운 훈련 방식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충분한 지원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프로 수준에 근접한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강백호, 이정후는 어디 2군에서 키운 선수가 아니라 고교에서 잘하던 선수가 프로에 와서도 스타가 된 사례다. 아마야구가 프로야구의 팜이라는 증거”라며 “한국야구 실정에선 아마야구가 발전해서 좋은 선수를 많이 프로에 보내는 게 유망주를 육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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