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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다리 11개로 섬과 섬 잇는 39㎞… “세계적 드라이브 코스로 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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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백리섬섬길

조선일보

전남 여수시 돌산읍과 고흥군 영남면을 잇는 ‘백리섬섬길’. 두 고장을 잇는 거리가 백 리에 가깝고, 섬과 섬을 이어주는 길이라는 뜻에서 백리섬섬이란 이름이 붙었다. 사진 가운데 교각이 보이는 다리는 여수 화정면 적금도와 고흥 영남면을 연결하는 팔영대교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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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전남 여수시 화정면 낭도 해변. 여수시청에서 차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낭도 방파제에선 전남 고흥이 지척이었다. 여수와 고흥 사이 푸른 바다 위로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여자만(汝自灣)에는 명품 해양 경관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수 유인도 48곳 중 여덟째로 큰 낭도(5.02㎢)는 다리 11개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여수 백리섬섬길’(39.1㎞)에 있다. 백리섬섬길은 여수에서 고흥을 연결하는 거리가 백 리에 가깝고, 섬과 섬을 잇는 길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순천에서 왔다는 김기훈(51)씨는 “예전에는 차와 배를 번갈아 타고 반나절 넘게 걸렸는데, 이젠 차로만 1시간쯤이면 닿는다”며 “이곳에 오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멋진 해상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올여름 휴가도 아이들과 낭도 해변에서 보냈다”고 했다. 낭도는 지난해 2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면서 여수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배로 1~2시간 걸렸다. 여수시는 늘어나는 방문객에 대비해 사업비 180억원을 들여 낭도와 인접한 ‘공룡의 섬’ 사도를 잇는 길이 780m 인도교를 내년 중 건설할 계획이다.

◇다리 11개로 잇는 백리섬섬길

여수가 백리섬섬길을 품고 환남해권 해양 관광 거점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365곳에 달하는 풍부한 섬 자원을 활용한 ‘섬 특화 관광’으로 남해안 해양 관광 허브의 명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수단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와 연륙교(連陸橋). 여수시는 “‘일레븐 브리지’로도 불리는 ‘백리섬섬길’을 오는 2028년까지 전면 개통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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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가 백리섬섬길을 품고 환남해권 해양 관광 거점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365곳에 달하는 풍부한 섬 자원을 활용한 ‘섬 특화 관광’으로 남해안 해양 관광 허브의 명성을 확실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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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나비 모양으로 된 반도 지형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가막만을 남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싼 섬을 비롯해 여수 서쪽 고흥군 사이 여자만에 흩어진 섬을 백리섬섬길이 연결한다. 섬 10곳과 육지 2곳을 연결하는 교량은 모두 11개. 사업비는 1조3891억원이다. 2005년에 백야대교, 2015년에 화태대교가 완공됐고, 지난해 2월 서쪽에 몰려 있던 조발도~둔병도~낭도~적금도를 잇는 해상 교량 5개가 개통했다. 백야도~제도~개도~월호도~화태도를 연결하는 네 다리는 2028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여수시는 남해안 관광 벨트 핵심 도로망으로 꼽히는 백리섬섬길 개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낭도는 육지와 연결되기 전에는 차도선으로 수십 대에 불과했던 하루 방문 차량이 요즘은 평일 600대, 주말에는 900대에 달한다. 이범송 여수시 관광진흥팀장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여수의 관광 통계 대부분이 전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으나, 백리섬섬길이 놓인 일곱 섬은 예외였다”고 말했다. 2019년 23만여 명이던 일곱 섬 방문객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68만여 명으로 3배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관광 소비 매출액은 80% 늘었다.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여수~남해

여수는 최근 20년 숙원 사업을 해결했다. 여수시와 경남 남해군을 물 밑으로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국비 6824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9년까지 여수와 남해 구간 7.3㎞를 해저터널 등으로 잇는다. 80㎞ 거리가 10㎞로 단축돼 두 고장은 30분대 공동 생활권이 된다. 여수~남해 해저터널은 백리섬섬길과도 이어진다. 고흥과 여수, 남해를 잇는 남해안 명품 드라이브 코스가 탄생하는 것이다.

여수는 2012년 5월 여수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 당시 낙후한 교통 접근성 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10조원. 광주광역시 등 웬만한 광역 지자체보다 숙박 환경이 좋아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여수는 오는 2026년 ‘세계 섬 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그해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여수 돌산 진모지구와 여러 섬에서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개최한다. 상설 전시관을 운영하고, 여수의 연륙·연도교를 달리는 ‘힐링 섬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정부가 인정한 국제 행사로, 여수는 30국 관람객 200만명과 6000명 고용 창출, 4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권오봉 여수시장은 “한국 섬의 우수성과 역사·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세계 섬 박람회는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이웃 지자체인 고흥, 남해와도 협력해 섬 관광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여수=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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