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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추석인터뷰]'골'때리는 부부 이천수·심하은 "축구하는 여자, 엄마가 세상 제일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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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천수 심하은 부부가 지난 15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자택 앞에서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하고 있다. 청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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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청라=김용일기자] “이젠 축구하는 여자,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예능프로그램 ‘골(Goal)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인 이천수(40) 심하은(38) 부부는 지난 15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자택에서 본지와 만나 축구를 통해 부부애가 더 깊어졌다며 웃었다.

지상파 예능은 물론, 축구계에 ‘골때녀 신드롬’이 불고 있다. 웃자고 시작한 예능이 성장물이 됐고 어느덧 다큐멘터리처럼 거듭나 대중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골때녀는 예능인, 배우, 모델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여자 셀럽이 팀을 이뤄 서툴지만 진정성이 담긴 동료애와 축구에 대한 배움의 자세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축구계에서 “웬만한 남자 선수보다 열정과 의지가 낫더라”며 “팀마다 골때녀를 단체로 시청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날은 이천수 대한축구협회(KFA) 사회공헌위원장이 이끄는 FC불나방과 아내 심 씨가 뛰는 국대패밀리가 결승에서 겨루는 골때녀가 전파를 타는 날이었다.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 심 씨는 국대패밀리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기자가 “선수 자태가 난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이 위원장은 “내가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은퇴 경기할 때 아내에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땐 쑥스럽다며 싫어하더니 이젠 유니폼을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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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왜 몸이 부서지도록 하냐고?
두 사람은 물론 다른 출연자나, 제작진도 이 정도로 축구를 진심으로 할 줄 몰랐다. 출연진 사이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출연료를 받지만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개인 레슨은 물론이고 보약이나 헬스, 물리치료 등에 거액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대다수 팀이 촬영일 외에도 주 2~3회 모여 공을 찬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김병지 황선홍 최용수 이영표 최진철 등 각 팀 사령탑으로 출연 중인 축구인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심 씨는 “우리 팀의 (한)채아 언니처럼 연예계에서 한참 활동하는 분 모두 모든 스케줄이 축구 훈련, 경기에 맞춰져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국대패밀리 같은 경우 ‘내 남편이 누구 또는 누구의 며느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여러 수식어가 따른다. 그에 부합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더라. 여기에 직군별로 팀이 나뉘어 있는데 갈수록 정이 들고 팀워크까지 붙으니 무서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경기 뛰고 라커룸도 아닌 (컨테이너) 공간에서 쉬면서 마사지 받고 다음 경기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고교 시절이 떠오르더라. 열악한 환경에도 어찌나 그렇게 지기 싫어하는지…”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심 씨는 남편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마크인 ‘프리킥’을 주무기로 한다. 실제 이 위원장이 원포인트레슨을 해줬단다. 옆에 있던 심 씨가 “이제 디딤발을 딛는 순간 ‘됐다, 안 됐다’가 느껴진다”고 말하자 이 위원장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심 씨가 ‘이천수 찬스’를 쓰긴 하나 엄연히 다른 팀이다. 같은 집에 사는 부부이나 서로 팀에 대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단다. 이 위원장은 “축구 얘기는 하되 팀 얘기는 안 한다. 서로 지켜주기로 했다. 이건 뭐 진짜 프로팀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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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심하은 부부. 청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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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다
골때녀에서 각자 명장면 하나씩 꼽아달라고 했다. 심 씨는 “첫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은 것이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킥하기 전 공을 세울 때도 손이 닿으면 안 되는 줄 알고 발로 조금씩 옮긴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이 위원장은 불나방에서 잦은 실수로 마음고생 한 송은영을 언급했다. 그는 “몸이 안 좋은 데 천안을 오가며 훈련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아픈손가락으로 불렸는데 각고의 노력으로 첫 골을 넣었다. 그런데 세리머니를 자제하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정말 기쁜데 그동안 한 게 없어서 얼마나 좋아해야할지 몰라서 그랬다’더라”고 했다.

심 씨는 축구를 직접 경험하면서 이 위원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단다. 그는 촬영 기간 허벅지 부분 파열, 엄지발가락 미세 골절 등 여러 부상을 안고도 참고 뛰었다. 그는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축구를 했는지 느끼게 되더라. 이런 것을 알게 되니 남편의 현역 시절을 더 많이 못 본 게 아쉬웠다”며 “이번에 지도하는 모습이 멋지더라. 실제 지도자로 현장에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도 배움이 많았다. 그는 “어느덧 예능을 잊어버리고 지도하게 되더라. 골때녀를 통해 지도 철학이 달라진 것 같다. 과거엔 전술, 전략을 우선했다면 이제는 선수의 감정, 심리를 먼저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삼남매의 반응을 묻자 첫째 딸 주은 양의 얘기를 꺼냈다. 심 씨는 “모든 가족이 다 응원해주는데 주은이가 좀 예민한 것 같더라. 얼마 전에 축구를 보다가 ‘저걸 잡아야지!’라고 내가 얘기하니까 주은이가 ‘엄마 축구 볼 때 착하게 보면 안 되냐. 그런 모습 싫다’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 화낸 거 아니야~’라고 다독였다”고 웃었다. 이 위원장은 “주은이가 순수한 아이인데 엄마가 축구한 뒤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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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심하은 부부. 청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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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아줌마!”…여자 축구 활성화, 이만한 게 없네
골때녀가 인기를 끌면서 각 지역 여자 축구 동호인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정몽규 3기 체제’의 KFA는 여자 축구를 블루오션으로 칭하면서 저변 확대를 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그런 가운데 골때녀는 일반 여성이 축구를 접하는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위원장과 심 씨는 실제 지역 사회 여자 축구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심 씨는 동네에 ‘엄청라FC’라는 아줌마 축구단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또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는 인천 가림초 등 지역 내 여자 축구부와도 교류한다. 심 씨는 “가림초 아이들이 나를 ‘국대 아줌마’라고 부른다. 며칠 전 일주일 훈련 일정을 메시지로 보내더니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 웃었다. 딸을 축구에 입문시킨 부모는 심 씨 SNS를 찾아 감사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어린 여자 선수들이 골때녀의 유명인이 축구를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더 동기부여를 품는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엄마들이 축구를 하다 보니 어린 나이부터 운동한 아이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에 신기해하고 고마워한다. 이게 진짜 골때녀의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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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 심하은 부부. 청라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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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과 축구 얘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심 씨는 “이제 남자들이 군데스리가가 아닌 여자의 축구 얘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이 위원장은 “이제까지 축구에 관해서는 아내가 나를 서포터해줬는데, 반대가 된 것 같다. 이젠 같은 축구인이 된 기분”이라며 서로 바라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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