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소매 판매 늘었는데도 다우지수는 하락
17일 새벽 끝난 월가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0.18% 떨어진 3만4751.32에 마감했습니다. S&P500은 0.16% 떨어진 4473.75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13% 상승한 1만5181.92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7%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전망은 0.7% 감소였는데, 오히려 늘어난 것입니다.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저가 매수 분위기 바뀌나’, ‘9월 FOMC 체크 포인트’, ‘파월 연임의 정치학’을 꼽았습니다. 9월 들어 미국 개미들의 저가 매수 움직임이 확연히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방송에서 그 이유를 알아봅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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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 매수’ 분위기 바뀌나
올 들어 S&P500이 5% 이상 폭락장 없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 데는 주가가 조금 떨어지면 나타나는 ‘저가 매수(buy the dip)’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증시 상승세를 확신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섰던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10개월 간 S&P500 50일 지수이동평균선과 S&P500의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S&P500이 떨어지면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를 주로 S&P500 ETF나 나스닥100 지수를 따르는 QQQ ETF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를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개별 종목은 떨어지더라도, 지수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S&P500지수와 50일지수이동평균선(실선)의 움직임 비교./자료=시티인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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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9월 들어서 이렇게 하락을 받쳐 주던 ‘저가 매수’가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다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9월 들어 S&P500이 2.1% 하락할 때 미국 주식 ETF로 들어온 자금이 6억5700만 달러였는데, 7월에 2.9% 하락했을 때는 13억9000만 달러가 ETF로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들어 오던 매수세의 절반 정도만 들어온 것입니다.
앞서 지난 13일 알리안츠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더 이상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행동 패턴이 완전히 바뀐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엘-에리언은 인플레이션 불안에 더 이상 연준이 질서 있게 정상화할 수 있다는 능력을 의심하게 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다 리서치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주식에서 코인으로 변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앞으로 미국 증시의 출렁임이 강해질 수 있어 주목해 봐야 하겠습니다.
한편 이날 경기지표는 엇갈리게 나왔습니다. 소매 판매는 ‘깜짝’ 증가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8월 소매 판매가 전달보다 0.7%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월가에선 0.7% 감소를 점쳤었습니다. 델타 변이 확산 여파로 소비가 줄었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증가한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다만 7월 소매 판매는 당초 1.1% 감소에서 1.8% 감소로 수정됐습니다.
미국의 월별 소매 판매 증가율 추이. /자료=미 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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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은 전주보다 2만명 늘어난 33만2000명으로 월가 전망인 32만명보다는 많았습니다. 실업수당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고용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9월 FOMC 체크 포인트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월가는 관망 모드로 들어간 상태입니다. 9월 FOMC의 체크 포인트를 챙겨 봐야 하겠습니다.
비대면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미 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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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테이퍼링 신호가 나오는 지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7월 잭슨홀 연설에서 연내 테이퍼링에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7월 FOMC 후 나온 회의록에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진전한다면 올해 자산 매입의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고용이 23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온 취약한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온 후에도 연준 내 비둘기파나 매파나 가리지 않고 연내 테이퍼링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11월 테이퍼링 시작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9월 FOMC에서는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주는 지가 관심사입니다.
둘째, 금리 인상 신호를 바꾸는 지입니다. 6월 FOMC 후 점도표를 통해 2023년 2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줬습니다. 점도표는 회의 참석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은 도표입니다. 3월, 6월, 9월, 12월 FOMC 후에는 향후 경제 전망과 금리 전망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데, 이를 보고 어떤 신호를 주는 지 월가가 읽어 내는 것입니다. 9월 FOMC 후에 점도표가 바뀔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옵니다. 6월에 나온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크레디스위스의 조나단 콘 금리 전략가 같은 경우에는 2023년 3번의 금리 인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내다 보기도 했습니다. 또 2022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있어 이들의 의견이 점도표에 반영될 지도 관심사입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 나온 점도표. 9월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자료=미 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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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성장과 물가 전망을 바꾸는지도 체크 포인트입니다. 6월 FOMC에서는 올해 미국 경제가 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델타 변이 확산으로 월가 기관들이 3분기 성장률과 연간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습니다. 연준도 성장 전망을 낮출 지가 관심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6%에서 5.7%로 낮췄습니다. 물가의 경우에는 연준이 주로 보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가 올해 3.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수정할 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평가할지 여부는 내년, 내후년 물가 전망을 보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연준의 태도가 인플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매파적인 시각이 강해지는 지 따져 봐야 합니다. 지난 6월 FOMC의 경우에는 금리 인상 전망을 이전에 2023년까지 없다고 하다가 2023년 2번 한다고 바꾸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오르는 시장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 파월 연임의 정치학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미국 통화 정책과 금융 규제 정책에 불확실성이 생기고 있습니다. 누가 연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연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를 두고 하는 논란인 것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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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달에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연준 의장 지명자를 송부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지난달 말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이 파월을 교체하라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는 AOC라는 약자로 불리는 스타 정치인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 의원, 팔레스타인계 하원 의원으로 유명한 라시다 틀라입 등이 주도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교체하라고 요구하는 미 민주당 의원들의 성명서. /자료=AOC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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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교체 주장의 이유는 첫째, 파월이 이끄는 연준은 기후 변화 위험을 줄이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강화했던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파월이 이끄는 연준이 완화했다는 것입니다. 미 연준은 대형은행 감독 책임도 지고 있습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형 은행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3일 글로벌 금융위기 후 규제 강화법인 ‘도드 프랭크법’을 통과시켰던 크리스 도드 전 상원 의원과 바니 프랭크 전 하원 의원이 ‘더 힐’에 기고문을 보내 파월의 연임을 지지했습니다. 이들은 민주당 출신입니다.
이들이 파월의 연임을 지지하는 이유는 첫째, 파월이 보수 진영의 공격 방어막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현재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과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트럼프가 임명한 연준 의장이 얘기하면서 잘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화당은 높은 인플레 등의 이유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기도 합니다. 둘째, 파월이 금융 규제를 완화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임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정적인 일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규제의 골간은 유지했다는 이유입니다. 셋째, 기후 변화 대응도 입법을 통해서 해결할 일이지 연준 의장을 교체해서 해결할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선 파월이 연임된 후엔 태도를 바꿔 인플레 우려를 강조하면서 긴축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브래포드 들롱 UC버클리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낸 기고문에서 앞으로 공화당이 한 목소리로 통화 정책을 즉각 긴축적으로 바꾸라고 할텐데, 공화당 출신인 파월이 공화당의 말에 귀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은 파월 의장이 인플레 우려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파월의 연임 여부는 이처럼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공화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통화 정책과 금융 규제 정책의 지속성 측면에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현명한 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주가가 조금 하락하면 떠받치던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가 출렁임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계속되는 추세일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둘째, 다음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즉 FOMC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월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상과 같은 말이 나오면 시장에 영향이 없겠지만, ‘깜짝’ 발표가 나오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체크 포인트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임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시끄럽습니다. 연준 의장이 바뀌면 정책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의외의 결정을 해서 시장에 돌연한 충격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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