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홍명보가 김상식에게] "식사마, 핌 베어벡 감독이 참 좋아한 선수였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난 2006년 9월6일 아시안컵 지역 예선 한국-대만전 당시 핌 베어벡(가운데) 축구대표팀 감독과 당시 코치를 맡은 홍명보(오른쪽) 울산 현대 감독의 모습. 베어벡 감독은 당시 주력 선수로 뛴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을 중용했다. 스포츠서울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은 올해도 ‘현대가 양강 체제’다. 울산 현대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전북 현대가 2위를 달리며 추격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선두 경쟁은 이어진다. 전북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2위를 달리다가 울산에 역전 우승하며 4연패를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올 시즌 새 수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은 홍명보 감독, 전북은 김상식 감독이 각각 이끌고 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에서 동료로, 한때 선수와 코치 ‘사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K리그1 우승컵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추석 연휴에도 훈련과 경기에 매진하는 ‘현대가 라이벌’ 수장에게 공통질문을 던졌다. 서로를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김 감독은 옛날에 핌 베어벡 감독이 참 좋아했다.”

홍명보(52) 울산 현대 감독은 K리그1 우승 경쟁 중인 김상식(45) 전북 현대 감독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2000년대 초·중반 A대표팀 선후배로 지낸 둘은 홍 감독이 선수 은퇴 이후 2005년 A대표팀 코치가 되면서 사제 관계로 변모했다.

그렇게 둘은 2006 독일 월드컵을 거쳐 2007 아시안컵 등 주요 메이저 대회를 동행했다. 당시 김 감독은 A대표팀 선참으로 리더 구실을 했다. 롤모델처럼 여긴 ‘명보 형’이 했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얘기에 홍 감독은 “김 감독은 성격이 밝으면서도 우직한 면이 있었다. 팀의 중심을 잘 잡았다”며 “내가 코치가 되면서 대표팀 후배들을 모두 제어하는 건 어려웠는데, 그때마다 김 감독과 선수단 운영 등 논의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 감독의 머릿속에 김 감독은 2년 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핌 베어벡(네덜란드)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가장 좋아한 선수로 기억된다. 베어벡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에 이바지했고, 2006 독일월드컵 때도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본선에 참가했다. 이후 1년여 대표팀의 정식 사령탑으로 활동하면서 2007 아시안컵을 지휘했다.

당시 한국은 끈끈한 수비 축구로 3위를 기록했는데 그 중심에 김 감독이 있었다. 그때 코치를 맡았던 홍 감독은 “김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 뿐 아니라 센터백 등 수비 지역에서 멀티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베어벡 감독이 매우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여기에 명수비수 출신 홍 감독이 물밑에서 김 감독에게 조언하며 리더 구실을 잘하도록 도왔다.

스포츠서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감독도 이런 기억 때문에 아직 홍 감독을 ‘홍쌤’이라고 부른다. 김 감독은 과거 대표팀 시절 홍 감독에게 사인을 받은 일화도 털어놨다. 하지만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선수가 내게 사인을 받는다고?”라며 되묻더니 “그건 쉬운 일이 아닌데, 아마 지인이 부탁했을 것 같다. 자기가 받았다는 건 거짓말 같다”고 웃었다.

둘은 올해 K리그1을 주름잡는 ‘현대가 라이벌’의 새 수장으로 거듭났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셈. 현재까지는 울산의 기세가 좋다. 지난해까지 ‘전북 징크스’에 시달린 울산은 올 시즌 3차례 대결에서 1승2무로 우위를 보이며 리그 선두에 매겨져 있다. 홍 감독은 “이전까지 선수들이 전북을 만나면 내려서는 등 부담과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선수들에게 접근했다. 결과야 그때그때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한 건 이제 전북을 만나도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김 감독과 선의의 경쟁에도 진심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둘 다 K리그 사령탑이 처음이다. 난 그래도 대표팀 등에서 감독 경험을 하지 않았느냐. 김 감독은 처음인데 그럼에도 전술적으로 좋은 축구를 한다”며 “한 팀에서 오래 코치 생활하며 선수들과 지내다가 갑자기 감독을 맡으면 외로울 수도 있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경기장 안팎으로 (팀 중심이 되는) 베테랑과 소통하면서 꾸준히 원하는 축구를 했으면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