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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추석 이후 부동산]① 서울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 “전셋값도 계속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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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어딜 가나 부동산 얘기, 집값 얘기를 하는 요즘이다. 오를 만큼 오른 것도 같은데 집값이 올랐다는 소식은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전셋값 추이의 상황도 같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만큼 무주택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의 집값 향방은 어떻게 될까. 2021년 가을과 겨울의 부동산 시장 흐름을 권역별로 예상해봤다.

서울 아파트값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부족한 데다 전셋값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연말까지 서울의 부동산 시장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쉬지 않고 치솟은 아파트값에 피로감이 쌓여 상승 폭은 둔화할 여지가 있지만, 극심한 공급절벽과 매물 잠김을 감안하면 조정장·하락장으로 반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역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당이 지난해 강행 처리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 그리고 보유세 전가의 여파로 시장의 전세 공급이 급격히 사라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조선비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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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 끊어진 거래… 중·저가 단지 중심으로 상승 지속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은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거래 감소’와 ‘가격 상승’이다. 17일까지 집계된 8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735건으로 지난 7월(4697건)보다 1000건 가까이 적은 상태다. 30일인 신고 기한을 감안해 이달 말까지 신고가 는다고 해도 두 자릿수 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거래는 아직 362건밖에 등록이 안 됐다.

그럼에도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 상승률은 7월 0.10%대 중후반에서 8월 0.20%대로 더 높아졌고, 9월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초과 수요가 많음을 뜻하는 매매수급지수도 7월 첫주 이래 8월 마지막 주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110을 넘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연말까지도 이같은 흐름이 계속되리라 본다. 오랜 기간 끊임없이 이어진 아파트값 상승으로 가격 부담감이 누적돼 상승 폭은 작아질 수 있지만, 매물이 잠기면서 상승장세는 유지될 것이란 뜻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경기·인천과 달리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워 주택 공급이 쉽지 않은데 각종 정비사업·세금 규제를 가해 신규 주택 공급 길이 끊겨 버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주택 공급대책인 8·4대책과 2·4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심리가 퍼졌기 때문에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추석 이후에 가격이 안정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공급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전세물량 감소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가운데에서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로 대표되는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서울의 아파트 시장 흐름은 강남에서 시작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거친 상승세가 노도강·금관구까지 확장되는 ‘중·저가 아파트의 반란’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추석 이후에도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시장은 강보합세를 보이고, 중·저가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 내릴 이유 없는 전셋값, 청약 경쟁률 고공비행 지속

11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서울 전셋값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계약갱신권을 쓸 수 있는 세입자의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새로 전셋집을 얻어야 하는 이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함영진 랩장은 “부동산원 통계 기준 서울의 전셋값은 지난해 대비 두 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서초와 노원, 강서를 중심으로 가격 불안 양상이 올해 더 심해졌는데, 추석 이후 연내 진정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박합수 전문위원도 “전세 시장은 매매시장과 연동되기 마련”이라며 “매매시장이 하락하지 않는 한 전세 시장도 오름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매매시장은 그래도 금리나 가격부담감 등 하락할지를 검토해볼 요인이라도 있지만, 전월세 시장은 하락 요인이 전무(全無)하다”면서 “여기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전셋값이 최근 1년 새 급등하면서 내 집을 전세로 주고 전셋집에 살던 집주인들이 실거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반포의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면 연쇄적으로 이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전셋값을 시세대로 못 올릴 바엔 거주요건이라도 채워서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자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상승이 이어지면서 청약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의 올해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10대 1로 지난해(88대 1)보다 더 올랐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무주택자 입장에서 유일한 만회책은 청약 당첨뿐”이라며 “추석 이후에도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추석 이후 서울 지역 분양 예정 물량은 모두 5만4192가구인데, 그중 일반 분양은 1만5897가구라 충분치는 않은 편”이라며 “거기에 계절적 비수기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잘 열리지도 못하고 있어, 그나마도 계획대로 분양될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 아파트값 치솟자 주목받는 비(非)아파트 “매수 시 입지 잘 봐야”

빌라 등 다세대 연립주택은 물론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 집 마련의 열기가 비아파트로 옮겨가는 흐름을 끊어낼 만한 요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빌라의 경우 저소득층의 마지막 보루라는 실수요와 재개발 입주권을 노린 투자수요로 나눠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저소득층은 서울 아파트에 접근하기에 이미 구매력의 한계가 발생해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선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재개발도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빌라 매수 추세는 추석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은 주거용 투룸이나 전용면적 65~80㎡ 물건이 아파트 대체 수요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하지만 열기가 사그라지면 결국은 실거주하기에 좋은 지역과 아닌 지역 간의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매수해야 한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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