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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권위도 “언론중재법 개정안, 언론자유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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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송두환 신임 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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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입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이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유엔 인권최고사무소(OHCHR) 등 국내외 기관과 단체들이 언론중재법에 우려를 표한데 이어, 독립 국가기구인 인권위도 뒤늦게 언론중재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낸 것이다.

인권위는 17일 “언론중재법의 일부 신설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결정문 전문을 공개했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강행 처리하려 했다가 보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표명 여부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허위·조작 보도’의 개념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립요건과 관련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경우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며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과 다른 비판적 내용을 전달하는 언론 보도나 범죄, 부패, 기업 비리 등을 조사하려는 탐사 보도까지도 징벌적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인권위가 이런 판단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언론중재법을 둘러싸고 국내외의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지난 16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억압할 수 있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발송했다. 앞서 유엔 인권최고사무소(OHCHR)도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완전히 균형을 잃었다”는 우려를 담은 공문을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전원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한지 4일이 지나서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두고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인권위 측은 “세세한 내용을 담은 결정문과 보도자료를 함께 배포하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항상 결정문을 보도자료와 함께 배포하는 건 아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원위원회가 끝난 밤 늦게 보도자료를 결정문 없이 배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송두환 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원위원회여서,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입법안에 제동을 걸기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은 인권위의 결정 내용을 입법부나 행정부 등 기관에 강제하는 효력을 갖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 인권단체들에 이어 인권위까지 언론중재법에 비판적 입장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여당이 법 제정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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