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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6년전 전기차 개발… 英 ‘천재 발명가’ 싱클레어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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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취] 英 클라이브 싱클레어 별세… 세계 최초 휴대용 계산기 발명

80년대 애플 등과 PC 시장 주도, 머스크 “그의 발명품 사랑했다”

조선일보

클라이브 싱클레어 경이 66세이던 2006년 새로 발명한 접이식 자전거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이미 30여 년 전에 전기차·휴대용TV를 발명하는 등 ‘시대를 앞서간 천재 발명가’로 존경받았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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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기차, 휴대용 TV를 개발하고, 10대의 나이에 잠수함을 설계하며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로 평가받는 클라이브 싱클레어(Clive Sinclair·81) 경이 16일(현지 시각) 암 투병 끝에 런던 자택에서 별세했다. 포브스 등 해외 매체들은 “일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다이슨 창업자) 등 수많은 엔지니어와 경영자들에게 영감을 준 거물이 떠났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RIP(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기를), 그가 발명한 컴퓨터를 너무 사랑했다”는 애도의 글을 남겼다.

싱클레어 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런던 리치먼드의 엔지니어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조지 싱클레어는 해군에서 기뢰 제거장치 등 군사장비를 개발했고, 아버지 윌리엄 싱클레어는 런던에서 공작기계 업체를 운영하면서 영국군에 무기를 납품했다. 이런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기계와 군사 무기에 관심이 많았다. 14세 때 혼자서 소형 잠수함을 설계했다.

전쟁 이후에는 전자기기로 관심이 옮겨졌다. 21세 때 대학 진학 대신 자신의 이름을 딴 첫 회사(싱클레어 리서치)를 설립한 그는 1972년 휴대용 계산기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이 기술을 토대로 1982년 그의 대표작인 가정용 컴퓨터 스펙트럼 ZX를 출시해 미국의 애플·IBM과 더불어 전 세계 PC 열풍을 주도했다. 가디언은 “스펙트럼ZX 이후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붐이 불면서 IT 산업이 비약적으로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발명한 제품이 잇따라 대박이 나면서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PC 판매 2년 만에 그는 1400만파운드(약 227억4500만원)를 벌어들였고, 1983년 컴퓨터 산업을 이끈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의 발명품들은 대부분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심각한 런던 교통 정체를 해결하겠다며 1985년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1인승 자동차 C5를 개발했다. 폭이 1m도 안 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당시 엘턴 존 등 유명인사들이 이 전기차를 구입했지만, 오르막길에서 전원이 꺼지는 안전 문제가 불거졌고, 고효율의 배터리가 없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3년 출시한 평면 스크린 휴대용 TV 역시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거듭된 실패와 10년 이상 지속된 암 투병에도 그의 발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출시했다. 2006년 내놓았던 접이식 자전거 A-바이크를 전기 버전으로 재출시한 것이다. 그는 발명뿐 아니라 마라톤, 포커, 시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겼다. 영국 포커 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적도 있다. 자신만의 발명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이메일과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딸 벨린다 싱클레어(57)는 “아버지는 심혈을 기울인 전기차가 실패했을 때에도 새로운 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쓸 필요없다고 하셨다”면서 “아버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 그 자체를 즐기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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