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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시민단체 현금인출기’ 된 서울시, 못 바꾸게 대못까지 박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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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 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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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박원순 전 시장 때 만든 각종 규정 탓에 방만한 시민단체 지원 사업을 개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현금인출기)으로 전락”했는데 박 전 시장 시절 조례·지침·협약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못 사례’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이다. 이 규정 때문에 비리·갑질 등에 대한 민원이나 내부 고발이 있어도 즉각 감사를 할 수 없다. 속수무책으로 잘못을 덮을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탁 기관을 바꾸어도 기존 직원 80% 이상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한 조항,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시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 조항도 대못 사례다. 시민단체들이 서울시민 세금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견고한 성(城)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서울시엔 마을과 도시 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 자치는 물론 주거, 청년, 노동, 도시 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 교류까지 시민단체가 개입하지 않은 사업이 없을 정도다. 서울시 공무원 노조가 “마땅히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협치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무분별하게 민간에 넘겼다”고 지적할 정도다. 미국의 경우 시민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받은 경우 오직 사업비로만 집행해야 한다. 시민단체 임직원 인건비나 운영 경비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점검해 보니 마을공동체 사업의 경우 지원금 절반이 인건비로 나갔다고 한다. 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시민단체 직원들을 위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미국처럼 지원금을 인건비로 쓸 수 없게 했다면 시민단체들이 사업 참여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있었다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이 서울시의회다. 그런데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문제 제기에 오히려 ‘전임 시장 죽이기’라고 하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시민단체 지원 대못 사례들을 살펴 비합리적이고 무리한 조항은 개정하는 것이 세금을 내는 시민들에 대한 도리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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