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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은 시작에 불과하다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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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배우 박서준. 어썸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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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서준이 인스타그램 자신의 계정에 10일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해 질 무렵 영국 런던의 풍광을 담은 사진이었다. ‘좋아요’ 200만 개가 따라붙었다. 박서준의 인기를 실감케 하면서도 현재 박서준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박서준은 런던에서 마블 영화를 촬영 중이다. 어떤 영화인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더 마블스’에 그가 출연 중이라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2019)의 속편이다. 박서준은 한국계 히어로인 아마데우스 조를 연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데우스 조는 명석한 두뇌를 지닌 인물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등장한 과학자 헬렌 조(수현)의 아들이다. ‘더 마블스’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박서준의 마블 영화 출연은 파격이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월드 스타로 분류되지 않았다. 칸영화제 같은 유명 영화 행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도 없다. 그가 출연한 영화 ‘기생충’(2019)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하나 얼굴을 잠깐 비췄을 뿐이다.

도약대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2020)였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공개된 후 박서준의 나라 밖 인기가 치솟았다. 박서준을 다루는 외국 언론 보도들 대부분이 ‘이태원 클라쓰’ 주연배우로 그를 수식한다. ‘더 마블스’의 니아 다코타 감독은 지난해 트위터에 박서준을 “나의 새 드라마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1년여 만에 박서준의 국제적 위상은 달라졌고 ‘더 마블스’ 출연으로 이어졌다. 박서준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940만 명이다. ‘더 마블스’의 주연배우 브리 라슨(680만 명)을 압도한다.

박서준의 선배들은 어땠을까. 이병헌은 ‘지.아이.조-전쟁의 서막’(2009)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달콤한 인생’(2005)이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디딤돌 역할을 했다. ‘달콤한 인생’ 이전에도 이병헌은 한류 스타였으나 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달콤한 인생’이 칸 등 여러 영화제에 잇달아 초청되고, 해외 개봉이 이어지면서 입지를 조금씩 넓히며 할리우드 가는 길이 열렸다. ‘달콤한 인생’ 이후 ‘지.아이.조’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다.

박서준의 마블 영화 출연은 마동석과 비교해도 초고속이다. ‘부산행’이 2016년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됐을 때 해외 언론은 맨손으로 좀비를 물리치는 인물 상화(마동석)에 열광했다. ‘부산행’이 약 160개국에 팔리면서 마동석의 세계적 인지도도 높아졌다. 마동석은 ‘부산행’을 발판 삼아 할리우드로 향했고, 마블 영화 ‘이터널스’(11월 개봉)에서 길가메시 역할을 꿰찼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의 발달로 영상 콘텐츠의 국제 유통 단계는 단순화됐다. 영화나 드라마가 개별 국가 또는 권역별로 각각의 협상을 거쳐 수출된 후 적당한 개봉일 또는 방송 편성 시기를 각자 따로 잡아 각 나라 대중과 만나던 시절은 이제 과거가 되고 있다. 콘텐츠와 배우의 세계 진출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진 시대다.

넷플릭스의 맞수인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 한국에 상륙한다고 한다. OTT시장을 둘러싼 국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달리 생각해보면, 한국 콘텐츠와 배우들에게 더 큰 기회가 자주 올 수 있다. 박서준은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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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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