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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상의 끝을 찾아 나선 14살 소녀들…영화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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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솔직하고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성 충만한 영화 '종착역'이 관객들을 찾는다.

연합뉴스

영화 '종착역'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중학교 사진 동아리 과제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시연, 연우, 소정, 송희 14살 소녀들의 여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

미리 짜인 대사나 배경 음악 없이 오로지 네 소녀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따라가는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공동 연출을 맡은 권민표·서한솔 감독의 데뷔작으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채로운 감정을 지닌 소녀들의 순간을 성실하게 담아냈다.

이들이 떠올린 세상의 끝은 지하철 1호선 노선도 끄트머리에 있는 신창역. 수원, 병점, 평택, 천안 등 가보지 못한 지역들을 잇는 파란색 선이 끝나는 곳이다. 집과 학교를 벗어나 짧은 여행을 떠난 친구들은 천진난만하면서도 감수성 짙었던 모두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긴 시간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신창역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다. 종착역은 맞지만, 보이지 않는 먼 곳까지 철로가 계속 이어져 있다. 친구들은 일회용 카메라에 이런 신창역의 모습을 담으며 "딱 끝, 끝일 줄 알았는데"라는 아쉬움을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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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착역'
[필름다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철로가 끊겨있는 모습을 보려면 역사가 이전하기 전인 옛날 신창역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은 버스를 타고 다시 길을 나선다. 여름 시골길에는 초록색 모가 출렁이는 논이 펼쳐지고, 한바탕 소나기도 쏟아 내린다. 어디선가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으러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고양이를 보살피느라 잠시 사라진 친구를 찾아 낯선 골목을 헤매기도 한다.

조금도 쉬지 않고 재잘거리며 떠드는 말소리나 별것 아닌 일에도 까르르 터져 나오는 선명한 웃음소리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전한다. 또 깜깜해진 밤길 강아지 울음소리에 놀라 우르르 뛰쳐나가고,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이 몇 초간 비를 맞는 벌칙을 받는 모습은 관객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촬영은 대사 없이 배우들에게 상황만 주어진 채 진행됐다. 시나리오에 적힌 빼곡한 대사들을 지우고, '분식집에서 카메라 찍기'와 같은 장면 설명만 남겨뒀다. 이렇다 할 사건 하나 벌어지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14살 소녀들의 꾸밈없는 대화와 주변의 일상 소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화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3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오는 23일 개봉. 상영시간 79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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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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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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