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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Ⅲ](33) "왜 비릴 거라 생각하죠?" 부담없이 즐겨요 갈칫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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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배추·청양고추 넣어 시원하고 칼칼

간단한 조리법으로 재료 본연의 맛 극대화…회·구이도 일품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태풍이 지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불쑥 가을이 찾아왔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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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갈칫국
[제주도 제공]


성큼 느껴지는 찬 공기에 자연스럽게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제주에서는 가을이 되면 잘 익은 호박을 넣어 끓인 갈칫국이 일품이다.

갈칫국은 '가을 갈치에 가을 호박이 최고로 맛있다'는 말에 걸맞게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제철 재료가 들어간 음식으로 꼽힌다.

갈치는 흰살생선임에도 지방이 많아 싱싱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갈치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제주는 바다와 가까워 손쉽게 싱싱한 갈치를 공수할 수 있어 국을 끓여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당일 조업해 잡은 속칭 '당일바리' 은갈치를 사용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가까운 바다에서 한 마리씩 '채낚기'로 잡아 올려 갓 식탁에 올린 생갈치와 냉동갈치는 조린 후 그 질감과 맛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갈치로 끓인 경우 맛이 더 달착지근하고 살이 더 부드럽다.

특히 갈칫국은 제주 음식의 특징인 '간단한 조리법'이 두드러지는 음식인 만큼 재료의 신선도에서 맛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끓는 물에 큼직큼직하게 썬 늙은 호박을 넣어 익힌 후 토막 낸 갈치와 얼갈이배추를 차례로 넣고 간을 해 끓이면 갈칫국이 완성된다. 간도 조선간장과 소금 정도가 전부다.

청양고추를 넣으면 갈치의 비린 맛을 마지막까지 잡으면서 특유의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다.

관광객 대부분은 제주 향토 음식점을 방문하더라도 비린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칫국을 주문하기를 주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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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갈치 정식
촬영 소계영.


한 번만 용기를 내 보자.

대접에 담겨 나오는 갈칫국은 노란 단호박과 푸릇푸릇한 얼갈이배추로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면서 보기부터 먹음직스럽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은 딱 한 입만으로도 방금까지 갖고 있던 선입견을 없앨 만큼 별미다.

전날 술 한잔했다면 그릇째 들고 국물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게 된다.

여기에 퍼지지 않고 탄탄하게 모양을 유지한 갈치토막 살 한 점과 노란 단호박까지 먹으면 짭짤하고 달큰한 맛까지 추가돼 게 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자극적인 양념 맛이 아닌 각각의 재료에서 우러나온 천연의 맛은 지쳐있던 미각을 깨운다.

이외에도 제주에서는 싱싱한 은갈치를 회로 떠먹기도 한다. 부드러운 식감에 갈치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혀를 즐겁게 한다.

달착지근한 양념간장에 콕 찍은 갈치회 한 점을 생김에 싸 먹어도 일품이다.

싱싱한 은갈치의 비닐을 벗겨내지 않고 내장만 제거한 뒤 등에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 갈치구이도 풍부한 기름기와 짭짤한 소금맛으로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고영우 전 제주조리문화연구소장(제주향토음식명인)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던 갈칫국의 경우 갈치 뼈 등을 넣고 미리 우려낸 육수에 갈치 토막만 넣어 맑고 깔끔한 맛을 낸 것과는 달리 제주에서 가을에 주로 먹던 갈칫국의 경우 늙은 호박과 얼갈이배추, 청양고추를 넣어 보다 풍부한 맛을 냈다. 특히 제주에서는 간을 맞출 때 꼭 집간장을 썼다"고 말했다.

고 전 소장은 "당일바리 갈치가 살이 더 부드러운 것은 맞지만, 선뜻 지갑을 열기에는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다"면서 "원양어업을 통해 잡아 선상에서 바로 급속냉동한 갈치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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