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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헝다그룹 파산 임박설에 中 최대 보험사 주가 급락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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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헝다그룹 시티플라자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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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의 파산 임박설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 투자자들이 핑안보험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17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핑안보험의 주가는 5.44% 급락했고, 이날 장중 8%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핑안보험은 자산 기준 중국 최대 보험기업이다. 2020년 기준 핑안보험의 총 자산은 9조5278억 위안으로 2위인 중국생명(4조2524억 위안)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러나 핑안보험은 17일 성명을 내고 이같은 시장 우려를 전면 부정했다. 성명은 “헝다그룹을 포함해 란광, 판하이 등 문제가 제기된 부동산 기업에 대한 핑안보험의 익스포져(exposure·리스크에 노출된 금액)는 0”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도 18일 익명의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핑안보험이 부동산 회사에 집중 투자해온 사실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어난 헤프닝”이라면서 “추석 연휴를 맞아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진데다, 공매도가 활발한 홍콩 증권거래소의 특성이 핑안보험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핑안보험이 부동산 투자로 대규모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도 헝다 사태 속에서 투자자들의 동요를 불렀다는 지적이 있다. 핑안보험은 최근 발표한 2021년 1~6월 중간 결산에서 올해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580억5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형 투자 손실을 기록한 투자는 부동산개발업체 화샤싱푸(華夏幸福) 관련 투자로, 화샤싱푸는 유동성 위기에 몰려 올해 초 52억 위안(약 9500억원)에 달하는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핑안보험은 화샤싱푸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핑안보험이 헝다 사태의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향후 당국의 부동산 기업 규제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주식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빼겠다며 작심하고 돈줄을 틀어막는 상황에서 민영기업인 핑안보험이 보호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인터넷 보험 등 온라인 보험시장에 대한 감시활동 강화 방침을 내놓고 보험회사의 부동산 투자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핑안보험을 겨냥해 내린 조치”라고 했다.

한편, 헝다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중국 각지의 부동산 개발에 투자하면서 얻은 1조9500억위안(약 355조원)에 달하는 부채의 ‘돌려막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은행별로 개발 업체 대출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했다. 헝다 그룹의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은 80%를 넘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최근 헝다 그룹 채권 등급을 ‘투자 부적격’으로 하향 조정했다.

헝다그룹이 파산하게 되면 수많은 금융기관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헝다그룹은 128개 이상의 은행과 120개 이상의 기타 금융기관에 채무를 지고 있다. 세계최대 펀드인 미국의 블랙록과 세계 최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여러 투자은행들도 헝다에 투자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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