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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불붙는 OTT 시장

넷플릭스, 항소이유서 제출 연기 이유는[차민영의 포스트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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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망사용료 소송전

법원, 1심 소송서 SKB 승소 판결

넷플, 항소이유서 제출 연기 요청

국감시즌 앞두고 부담 관측 속

"법조계 흔한 일" 반론 존재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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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망 사용료'를 둘러싼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이 최근 업계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6월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준 이후 항소를 제기한 넷플릭스가 돌연 항소이유서 제출시한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재판' 2라운드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넷플릭스,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 신청
19일 법조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서울고등법원에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판결' 관련 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지난 7월 15일 항소를 제기한 후 법원이 9월 10일까지 항소이유서를 내도록 명령했지만 넷플릭스 측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통상 항소이유서에는 1심 판결의 내용 중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고, 잘못된 법리를 적용했는지 내용이 담깁니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주장할 사항과 새로 신청할 증거, 증거를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취지를 기재해야 합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사전 검토를 진행합니다.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늦춰 달라고 요청한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서는 10월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옵니다. 21대 두 번재 국감은 여야 합의로 오는 10월 1일부터 21일까지 3주간 실시될 예정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다국적 플랫폼 기업은 국감 증인으로 자주 소환되는 단골 이슈입니다. 반면 항소이유서 제출 연기에 대해 "법조계서는 흔한 일"이란 반론도 존재합니다.

1심선 SKB 승소…넷플릭스 즉각 항소
두 회사의 공방은 201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4월 망 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확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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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법원은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 측 주장을 기각하고 협상 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각하했습니다.

'각하'와 '기각'은 모두 재판에서 소송을 거절한다는 의미의 용어지만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각은 소송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을 갖췄지만 재판에서 소송을 제기한 소송당사자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아서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사실상 '패소' 판결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하는 소송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거나 부적법함의 이유로 재판을 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패소한 넷플릭스는 바로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1심 결과가 나온 직후 공식 입장문에서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가 이미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지불한 비용을 콘텐츠프로바이더(CP)에도 이중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이유로 내세운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망 사용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가 지급 의무와 같은 채무는 법령이나 계약 등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발생하지만 이번 판결에는 이러한 근거가 생략됐다는 설명입니다. 둘째는 1심 판결이 국내 ISP 기업의 이권 보호에 치우친 결정으로 결과적으로 인터넷 생태계와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할 것이란 이유였습니다.

국내 최고 로펌 논리 싸움
국내 최고 로펌을 각각 선임한 두 기업들이 어떤 논리로 재판부를 설득해나갈지 여부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1심 재판서 각각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됐던 법무법인 김앤장, 법무법인 세종이 2심 재판에서도 맞붙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갖춘 업계 대표 기업들의 싸움인 만큼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두 기업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CP와 ISP 간 역할과 책임을 구분한 사법적 판결이 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5G 기술 발전과 함께 수천억원대 천문학적 트래픽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서는 아마존, 구글 유튜브 등 여러 글로벌 CP가 각 국의 통신사업자들과 계약 과정에서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상 2심 재판 날짜는 일반적으로 항소장이 접수되고 5개월 이내에 지정됩니다. 항소장이 접수된 날이 7월 15일이란 점에서 12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플릭스가 어떤 논리를 들고 나올지 주목됩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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