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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총리 도전 ‘이 여성’을 보라…난임·유산 끝 장애아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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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61살 노다 세이코

남성 의원들 거의 관심 두지 않던 저출산

인구·다양성 문제 등 파고든 드문 정치인

2015년 ‘아베 1강’에 도전하며 정계 파문

당선 가능성 낮지만 ‘다양성 사회’ 새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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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세이코(61)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17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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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안녕하세요.

국제부장 길윤형입니다. 추석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사실상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시작됐습니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무조사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당 간사장 대행 등 4명으로 결정됐습니다. 한-일은 대한해협을 사이에 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나라이고,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도 밀접한 이웃입니다. 그 때문에 누가 일본의 총리가 되느냐는 한국인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악명’ 높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예를 떠올려 볼까요. 2012년 9월26일 치러진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는 1차 투표에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199표 대 141표로 패했지만, 국회의원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는 2차 결선 투표에선 108표대 89표로 역전승을 거둡니다.

이 역전의 결과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상상을 초월할 만한 큰 파급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역사 수정주의자’인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일본 현직 총리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관여를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뒤엎으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일 간에 치열한 역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아베 총리는 결국 2014년 3월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2015년 12월 말 12·28 합의를 맺으며 한-일 관계에 또 한번 깊은 파문을 일으킵니다. 이때 벌어진 한-일 간의 정서적 앙금이 지금까지도 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2015년 4월엔 미-일 동맹의 사용 설명서라 할 수 있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미-일 동맹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동맹으로 위상·역할·활동범위를 늘렸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지소미아)이 체결되는 등 한-미-일 3각 협력도 강화되게 됩니다. 이 흐름은 최근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 4개국의 협의체인 ‘쿼드 결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는 이런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이어받은 사람이니 2012년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10년 가까운 시기를 후세 역사가들이 ‘아베-스가 시대’라 부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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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17일 시작됐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전 당 정조회장, 고노 규제개혁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당 간사장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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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고노 규제개혁상과 기사다 전 정조회장 사이에 2파전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개혁 성향이 짙은 고노 규제개혁상이 당선되면 아베-스가 노선에서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이길 경우 아베-스가 노선을 큰 틀에선 계승하는 가운데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됐든 한국인 입장에서 보면, 지긋지긋했던 아베-스가의 시대는 끝나는 셈이지요. 선거는 29일에 열리니 독자님들께서도 선거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길 권해 드립니다.

하지만,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얘기가 아닙니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이라는 한 여성 정치가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노다(61) 의원은 1960년 9월3일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서 태어난 여성 의원입니다. 선거구는 기후현 1구이고 일본의 사립 명문인 조치대학 외국어학부를 졸업했습니다. 노다 의원이 일본 정계의 결정적인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유명한 오부치 게이조 내각에 ‘30대 여성’으로 첫 입각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 만 37살의 미혼 여성이 역대 최연소 각료로 입각을 했으니 일본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을 게 틀림없습니다.

노다 의원이 이후 일본 정계에서 무난히 정치 경력을 쌓아갔다면 제가 굳이 이 글을 쓰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노다 의원은 1년 2개월 뒤인 1999년 10월 우정상에서 물러난 뒤 ‘정치적 갱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정치인으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뤘으니 ‘앞으로 뭘 해야 하나’ 큰 공허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노다 의원은 그 무렵 쓰루호 요스케란 자민당 참의원을 만나 교제를 하게 되고 2001년 갑작스레 결혼을 결심합니다. 마흔 넘은 나이에 이뤄진 ‘만혼’이었습니다.

노다 의원의 삶은 결혼을 계기로 크게 바뀌게 됩니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저 같은 남성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고통이 그를 덮치게 됩니다. 고통의 원인은 임신과 출산이었습니다. 간절히 임신을 원하는데도 쉽게 임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불임 치료’를 받기 시작합니다. 노다 의원은 이 과정에서 느낀 고통을 <나는, 낳고 싶다>(2004년)라는 책에서 자세히 기술합니다. 나카지마 다케시 도쿄공업대학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저서 <일본의 내일>(생각의힘·박제이 역)에서 “명작이다. 불임 치료의 고뇌와 갈등, 아픔이 구체적으로 그려졌으며 또 유산했을 때의 고통도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고 평합니다.

이때 겪은 고통이 평범한 모범생 정치인이었던 노다 의원의 정치 역정을 송두리째 바꾸게 됩니다.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사명’을 찾게 된 것이죠. 이때부터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고민이지만, 자민당의 남성 의원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구와 저출산 문제 등을 깊이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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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의원 출신의 반란파로 여성 총리 물망에까지 올랐던 노다 세이코 의원이 2005년 8월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브레인으로 활약했던 이코노미스트 사토 유카리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된 후 지지자들과 함께 팔을 높이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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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정치 인생에도 고난이 찾아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0년대 초·중반 추진했던 ‘우정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 대가로 자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郵政) 선거’란 이름이 불은 2005년 8월 제44대 중의원 선거에서 노다 의원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지역구에 ‘자객’이라 불린 전략 공천을 합니다. 그는 이 어려운 선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심신이 모두 지쳤던 탓인지 그 직후 이혼을 선택합니다.

그로부터 몇년 뒤 노다 의원은 새 배우자와 만나게 됩니다. 점잖은 일본 일간지들은 노다 의원의 배우자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그가 ‘자이니치’라는 사실은 일본 정계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노다 의원은 새 배우자와 임신·출산에 재도전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미 고령이 된 탓에 자신의 난자를 활용한 체외수정이 어려워지자 2010년 5월 미국에서 난자를 제공받습니다. 2011년 1월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며 품에 안게 된 아이는 중병에 걸린 장애아였습니다. 노다 의원은 그 슬픔을 또 다른 책인 <태어난 생명에게 고맙다>(2011년)란 책에서 담담히 술회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지 노다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매우 일관된 주장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본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여성이 취직하기 쉬운 사회적 조건이 잘 정비된 나라에서는 아이도 낳기 쉽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장애 요인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해 강조합니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중요 과제인 대기 아동의 해소, 보육의 질 개선, 보육사 확보·처우 개선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2살 아동부터 전원이 보육원이나 유치원 등에 통학할 수 있는 제도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또 2살이 될 때까지 기간엔 상응하는 소득 보장을 받으면서 부모가 합쳐 2년은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부모 가정이라도 육아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미래를 붙잡아라>)

“그 무엇보다 아이를 원하지만 돈이 없어서 치료받을 수 없는 47만쌍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아이를 원하지만 생기지 않아서 낳을 수 없는 ‘사적인’ 상황이 저출산이라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불임 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은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신이 총리가 되어서 꼭 해야 할 사명을 갖게 됐기 때문인지 노다 의원은 그동안 세 차례나 당 총재직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출마를 위한 추천 의원 20명을 모으지 못해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특히 ‘아베 1강’의 위세가 당당하던 2015년 선거에는 ‘무투표 당선’은 있을 수 없다며 홀로 추천인 모으기에 동분서주해 일본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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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세이코 의원의 공식 누리집. 서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다양성 사회’를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노다 의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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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을까요. 오랜만에 노다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가장 큰 제목에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정치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로”란 설명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어 이런 말을 하고 있네요.



“’서로 다른 정의’가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다양성 사회’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그다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다양성 사회’라는 것은 자신의 정의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하는 정의가 있다는 현실을 마주보고, 서로 이해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정치신조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성 사회’를 내가 가진 정치의 힘으로 실현하고 싶습니다.”



노다 의원은 17일 오후 1시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출마 연설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소신을 강조했습니다. “예전부터 총재 선거에 도전하고 싶다고 공언해왔지만, 입후보를 할 수 없었습니다. 네 번째인 이번에야 출발선에 설 수 있었습니다. 출마하려고 생각한 큰 이유는 자민당이 다양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 여성, 그리고 고령자나 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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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당시 소장파라 불렸던 한-일 초·재선 의원들이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한-일 소장파의원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젊은 시절의 노다 의원, 네번째가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시되는 고노 다로 규제개혁상이다. 제일 왼쪽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모습도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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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노다 의원은 당선되지 못할 것입니다. 일본의 신문을 보면, 유력 후보인 고노 규제개혁상과 기시다 정조회장을 사이에 두고 일본의 주요 파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선자는 저 둘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노다 의원이 말한 꿈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투표권이 없는 이웃 나라 시민이지만, 가만히 외쳐봅니다.

“노다 의원 힘내세요! ‘다양성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한-일 관계도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보아요!”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참고서적

나카지마 다케시, <일본의 내일>(생각의힘·2020)

길윤형, <아베는 누구인가>(돌베개·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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