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동갑내기 한국 호랑이 부부 최강 ‘금슬’ 자랑하며 7남매 낳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사진=에버랜드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사는 동갑내기 한국호랑이 부부 건곤(암컷·5)과 태호(수컷·5)가 연년생 7남매를 낳았다.

홀로 새끼를 키우는 암컷 호랑이는 출산 후 최대 2년 정도를 육아에 전념하기 때문에 연년생 호랑이 출산은 드문 일이다. 호랑이들을 돌보는 이양규(51) 사육사는 ‘건곤과 태호의 돈독한 금실’을 비결로 꼽았다.

이 사육사는 중앙일보에 “작년 2월에 태어난 ‘태범(수컷)’이와 ‘무궁(암컷)’이가 1년 만에 1㎏에서 100㎏으로 컸어요. 덩치가 큰데도 계속 엄마만 찾고 매달리니까 건곤이가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끼들이랑 잠시 떨어트려 놨어요. 그런데 이때 태호랑 또 눈이 맞았더라고요”라며 남다른 금슬을 전했다.

홀로 생활하는 야생의 수컷 호랑이는 자기 영역에 암컷이 있으면 그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영역에 암컷이 없으면 평생 혼자 사는 경우도 부지기수며 무조건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다.

이에 사육사들은 호랑이들의 생년월일과 성격, 식성 등을 따져 건곤과 태호를 부부로 맺어줬다. 수컷 중 가장 유순하고 여유로운 호랑이가 ‘태호’였고, 암컷 중 제일 얌전하고 순한 아이가 ‘건곤’이었다.

중매(?)로 만난 호랑이들은 한 공간에 살기 전 적응 기간을 거친다. 문을 조금만 열어서 보여주고 냄새를 맡게 하는 식이다. 몇 개월에 걸쳐 ‘썸’을 타기도 하고,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아 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태호와 건곤이는 금방 사랑에 빠졌다. 딱 한 달 만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이후 둘은 서로 몸을 비비고 냄새를 맡는 등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호랑이들이 내는 특유의 낮은 저음으로 ‘그르렁’거리며 정담도 나눴다. 분리해 놓으면 서로가 있는 방향의 벽에 몸을 비비는 등 찾는 행동도 했다.

암컷 호랑이는 빠르면 2~3살, 수컷은 5살이 정도 돼야 번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찍 사랑에 눈을 뜬 태호와 건곤이는 2018년에 이어 2019년 11월에도 짝짓기를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16주 뒤인 2020년 2월 첫 아이인 태범이와 무궁이가 태어났다.

1년 뒤인 지난 2~3월. 건곤이는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육사들은 건곤이를 쉬게 하려고 잠깐 태호와 합사를 시켰는데 이때 또 임신했다.

이에 지난 6월27일. 두 번째 아이들이 태어났다. 무려 5마리다. 호랑이는 보통 한 번에 2~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5마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건곤이는 모성애도 강하고 육아도 잘한다. 새끼에게 제대로 젖을 먹이지 못해 사육사의 도움을 받는 호랑이도 많은데 건곤이는 새끼들이 골고루 잘 먹을 수 있도록 조절 한다고 한다. 5마리의 아기 호랑이들은 어미의 사랑 속에 현재 7~10㎏으로 폭풍 성장했다. 에버랜드는 오는 22일까지 아기 호랑이들의 이름을 공모한다.

태범이와 무궁이는 유학을 떠난다. 오는 10월부터 산림청 산하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의 ‘백두산 호랑이보전센터’ 유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1년 6개월에서 2년 사이의 호랑이가 어미로부터 독립하는 습성을 고려한 것이다. 센터 측은 2년간 호랑이 생태를 연구하고, 에버랜드 수의사와 사육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상태를 함께 관찰할 예정이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