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채식 급식에 국내선 항공편 폐지까지…‘기후변화 선거 시대’ 각국 녹색당의 이색 공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난 여름 독일과 벨기에에는 이례적인 폭우가 쏟아져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북아프리카, 터키 등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나타나 5일 만에 5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생을 마감했다.

경제, 인권, 민주주의 등에 이어 기후변화 문제도 서구권 국가들의 정치권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지역의 부유국 시민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45%나 됐다. 6년 전인 2015년(32%) 조사 결과보다 13%포인트 올랐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둔 각국 녹색당들의 공약과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각국 녹색당이 내건 지역 특화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선거 공약이다.

■국내선 항공편 없애자는 독일 녹색당

경향신문

독일 저가항공사 유로윙스의 항공기가 2018년 1월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테겔 공항에 세워져 있다.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 국내선 항공 승객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116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동맹90녹색당은 2035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전면 폐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2019년부터 시작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동맹90녹색당 대표는 지난 5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단거리 비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90녹색당은 철도 운행을 늘려 항공에 몰려있던 대중교통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랑스에서는 비슷한 정책을 담은 법안이 실제로 의회를 통과했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 7월 기차를 타고 2시간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서는 국내선 항공 운항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후 복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에서 녹색당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의회에서 동맹90녹색당은 709석 중 67석을 확보하고 있고,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5%를 기록하며 전체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동맹90녹색당은 이번 26일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환경부 장관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부처의 정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채식 급식 추진한 프랑스 리옹

경향신문

공립학교 채식 급식 전면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레고리 두셋 프랑스 리옹 시장이 지난해 10월16일(현지시간) 리옹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석해 있다. 게티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식의 나라’이자 육류 섭취율이 높은 프랑스의 리옹시는 지난 2월 다음 학기부터 206개 공립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에서 육류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가축을 사육하고, 가공된 육류를 옮기는 과정에서 탄소가 다량 배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채식 급식은 리옹시민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녹색당 소속의 그레고리 두셋 리옹시장은 지난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채식 급식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9월 한 초등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고기를 안 먹는다고 우리가 위험해지지 않는다. 지구에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는 육식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셋 시장은 급식에 달걀과 생선을 포함하면 고기가 없어도 영양소 섭취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채식 급식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셌다. 줄리앙 드노르망디 농업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리옹시의 급식 정책에 대해 “아이들이 잘 성장하려면 고기를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목축업계 종사자들도 “접시에 이데올로기를 가져오지 말라”며 반발했다. 결국 두셋 시장은 채식 급식을 의무화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정책을 바꿨다.

채식 급식은 리옹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7월 2023년부터 공립학교에서 최소 주 1회 채식 급식을 운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국고 채워주는 석유 시추 멈춰야 한다”



경향신문

에너지회사 에퀴노르의 유전 플랫폼이 2019년 12월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북해 요한스베드럽 유전에 설치돼 있다 . 요한스베드럽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녹색당은 지난 13일 치러진 총선에서 2035년까지 석유 탐사 및 생산 전면금지를 공약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그간 전기자동차 구매 지원, 대체에너지 개발 정책 등을 마련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석유 시추 중단 문제만큼은 건드리기 어려웠다.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출의 41%, 정부 세입의 14%가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수입일 정도로 경제가 원유를 포함한 천연자원 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당마저 석유 시추 중단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석유 시추 지속 문제를 두고 이번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좌파 연합 내부 대립이 예고됐다. 3석을 확보한 녹색당과 8석을 확보한 적색당은 석유 생산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녹색당은 노동당이 석유 탐사 및 생산 전면 중단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연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차기 총리인 조나스 가르 스토에르 대표는 좌파 연합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을 끝내는 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노동당은 의회 전체 169석 중 최다석(48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과반에 못미쳐 내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좌파 연합 정당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기후변화 방지 vs 석유 시추 중단, 산유국 노르웨이의 딜레마…좌파 연합 내부 갈등 예고

■‘플라스틱 제로’ 공약한 캐나다 녹색당

캐나다 녹색당은 20일 총선을 앞두고 올해 안에 의료용 등 필수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모든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폐기되는 플라스틱이 많아지면서 플라스틱에서 나온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1.8기가톤(GtCO₂)에서 2050년에는 6.5GtCO₂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캐나다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2019년 캐나다에서 33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지만, 이중 9%만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캐나다 녹색당은 하원 338석 중 3석을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 공영 CBC방송의 지난 16일 여론조사 결과 여섯번째로 많은 지지율(3.3%)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녹색당은?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위기를 느끼는 한국인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인 응답자 45%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2015년(32%) 당시보다 13% 올랐다. 조사대상국 17곳 중 그리스(57%), 스페인(46%)에에 이어 기후변화를 우려한다고 답한 사람이 세번째로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한국의 녹색당도 기후정의를 내세우며 그린뉴딜 공약을 내놓았다. 이들은 2025년까지 모든 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고, 2028년까지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 생산과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2030년을 석탄발전 가동 중지 시한으로 정하고, 재생에너지를 2030년 30%, 2040년 60%로 점차 확대해 2050년 100%를 목표로 한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