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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란 핵과학자, 원격 AI 로봇 기관총 공격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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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스라엘 공격…원격 기관총, 첩보계 재편 가능성"

연합뉴스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암살 현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지난해 11월 사망한 이란 최고의 핵 과학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원격 조종 기관총 공격으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9일 NYT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핵 개발에 큰 역할을 한 모센 파크리자데가 작년 11월 27일 숨진 것과 관련, '암살자'는 원격 조종된 로봇 기관총이었다.

당일 파크리자데는 카스피해 별장을 떠나 테헤란 동쪽 마을 압사르의 시골집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닛산 승용차에 부인을 태워 이동 중이었다.

이란 정보국은 그에게 암살 음모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그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파크리자데가 이란의 핵폭탄 제조 시도를 주도한다고 본 이스라엘은 최소 14년간 암살을 기도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는 이런 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보안팀의 조언을 무시했고 이날도 경호원들의 무장차량에 타는 대신 직접 차를 몰았다. 이는 보안규정 위반이었지만 그는 이를 고집했다.

이스라엘은 2004년 이후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기 위해 정보기관 모사드를 가동, 이란 핵연료 농축시설에 대한 파괴와 사이버 공격을 벌여왔다. 전문가들도 공격을 받아 2007년 이래 5명의 이란 핵 과학자가 암살됐다.

연합뉴스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들
테헤란 북가든에 전시된 암살된 이란 핵과학자들의 마네킹. 왼쪽부터 다르이시 레자에이 네자드, 마수드 알리모하마디, 마지드 샤흐리아리,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암살은 과거와 다른 시도였다.

요원들은 적재된 방수포와 건축 자재 사이에 7.62mm 구경 저격용 기관총을 숨긴 닛산 픽업트럭을 압사르와 주요 고속도로가 연결되는 도로변에 주차해 놓았다.

당일 오후 1시께 암살팀은 파크리자데의 차와 경호원들이 탄 차량이 출발하려 한다는 신호를 받았다. 저격수는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저격수가 있던 곳은 현장이 아니었다. 그는 1천마일(약 1천609㎞) 이상 떨어진 곳에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암살팀 전체가 이란을 떠난 상태였다.

오후 3시30분 직전 파크리자데 일행 차량이 사건 현장의 회전 교차로에 모습을 드러냈고 경호차들이 간격을 띄운 사이에 그가 탄 차에 공격이 가해졌다.

공격에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고 총탄 15발이 발사됐다.

이스라엘 측은 무게가 약 1t에 이르는 기관총과 로봇, 부속품 등을 작은 부품들로 분해해 이란으로 밀반입한 뒤 비밀리에 재조립했다. 트럭은 임무 수행 후 폭파됐다.

NYT는 킬러 로봇 등장이 모사드의 셈법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평했다. 과거에는 요원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계획이 필수였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작전 성공은 이란의 심각한 보안 실패, 모사드의 광범위한 계획과 감시, 파크리자데의 운명론에 가까운 태평함 등 여러 요인이 빚어낸 결과였지만, 또한 인공지능과 다중 카메라 눈을 가진 첨단 컴퓨터 명사수의 데뷔 테스트이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NYT는 전투 드론(무인기)과 달리 로봇 기관총은 하늘에서 주의를 끌거나 격추되지 않고 어디에나 위치할 수 있어 보안 및 첩보 세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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