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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인플레에 기름 붓는 물가·빚... “기준금리 더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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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생산자물가 7.3% 급등

10개월 연속 올라 사상 최고

글로벌 원자재가격 고공행진

농산물 작황 타격 식량도 올라

헤럴드경제

코로나19 극복을 이끌어냈던 사상 초유의 재정지출과 금융완화가 물가상승의 불길로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미국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 중국 헝다(恒大)그룹 사태로 원화약세까지 진행되며 물가상승의 화염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3면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2015년=100)’는 110.72를 기록, 전월대비 0.4% 상승했다. 10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난 4월 9년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다섯달째 신기록 행진이다.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19개월 연속 상승 기록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다. 전년동월대비론 무려 7.3% 오르면서 아홉달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및 식량 가격 상승세가 반영됐다. ESG가 강조되면서 화석연료 관련 투자가 위축되면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이상 기후로 농산물 작황이 타격을 받으며 식량 가격도 계속 오르는 모습이다. 이를 반영해 8월 국내 농림수산품 생산자 가격은 전달보다 0.7% 올랐고, 공산품은 화학제품, 1차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0.4% 상승했다. 가스, 증기 및 온수가격이 오르면서 전력, 가스, 수도 및 폐기물 가격도 1.1% 올랐다. 음식점 및 숙박 등이 상승하면서 서비스가격도 0.3% 높아졌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통계로, 소비자물가와 약 한 달 간의 시차를 가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2%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생산자물가 상승은 이달의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당장 한국전력이 8년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새 전기요금은 내달부터 시행된다. 음식료 등 생활물가와 밀접한 우유값도 올랐다. 국제경제 흐름도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연합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예고하면서 신흥국 통화인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화와 동행하는 중국 위안화도 최근 헝다그룹 사태 등으로 경제불안이 높아지며 약세조짐이 뚜렷하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물가는 더 오를 수 밖에 없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120.79로 전년 동월 대비 21.6%나 급등하면서, 2008년 12월(22.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 ‘금융안정상황’ 국회 제출

차입 늘어 자산가격은 오르고

대출수요는 더 커지는 악순환

금리인상 통해 금융불균형 완화

“가계부채 억제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대출규제 등의 거시건전성 정책 뿐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정책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관련기사 4면

한국은행이 24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상황(2021년 9월)’에서 금융불균형 심화로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민간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8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더 올려도 경제주체들이 이자부담을 거뜬히 감내할 것이란 진단도 곁들였다. 기준금리를 높여도 금융불균형 완화와 대출 증가율 둔화에 따른 득(得)이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실(失) 보다 더 크다는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한은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방향과 달리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가 불가피하게 상당기간 지속됐다”며 “과거 정책조합 사례를 보면 가계대출 규제와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에 유효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달리 금융 호황과 실물 부진이 함께 나타나면서 과거와 다른 정책조합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 차입 확대로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이에따라 “과도한 위험·수익추구 성향 완화 등을 위해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경기회복 움직임 등 달라진 금융·경제여건에 맞춰 일부 정책들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한 차례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규모가 작년말 대비 2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차주 1인당 평균 부담액은 271만원에서 286만원으로 15만원 늘었다. 금리가 한 번 더 오른다면 이자가 총 5조8000억원 늘고 1인 기준으론 30만원 증가한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올려도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 등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규모(59조원)는 대출금리가 비교적 높았던 2018년(60조4000억원)보다 작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도 지난 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1조5000억원 증가했고, 추가로 오른다면 이 규모는 2조9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한은은 금리가 한번 더 올라도 자영업자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37.8%(8월 이전)에서 38.7%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쳐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인상시 기업의 이자부담액은 연 4조3000억원(대기업 7000억원, 중소기업 3조6000억원) 늘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가계, 기업 및 금융부문의 안정성이 유지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연진·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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