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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나이를 먹으면 왜 잠이 줄까?[조성진 박사의 엉뚱한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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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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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추석명절 연휴 동안 그동안 잠이 모자랐던 사람들에겐 긴 숙면을 통해 재충전을 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수면은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의 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 긴 잠을 원하지만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오래 잠을 자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인류가 진화하는 동안 다른 영장류에 비해 수면의 질을 높임으로써 필요한 잠의 시간을 줄였다. 깊은 잠을 잘 수 있음으로 사회활동의 시간이 늘어난 만큼 인류의 문명도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류 진화의 부작용의 하나로 코골이가 발생하였다.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와 비교를 해보면 인간의 입은 상당히 뒤에 위치하며 언어를 발달시키기 위해 성대가 발달한 대신 기도가 좁아지면서 인간만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질환을 앓게 되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현상인데, 잠이 일단 들면 부교감신경에 의해 근육에 힘이 풀리면서 목젖이나 혀가 뒤로 처져 기도를 막아 발생한다. 이때 체내 산소 농도가 70~80% 정도까지 떨어지게 되니 이런 상황이 밤새도록 반복되면 뇌와 신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잠을 많이 잤는데도 항상 피곤한 사람들은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면무호흡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수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경세포인 뉴런이 하루 동안 축적된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애플바움 교수팀은 뉴런의 핵내에 있는 DNA가 손상되면 노화, 질병 및 조직의 전반적인 기능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데, 수면기간 동안 손상된 DNA를 수리할 수 있다고 보고하며, 도로에 음푹 들어간 곳에 비유하여 교통량이 적은 야간에 도로를 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과 같다고 하였다.

수면은 체중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숙면을 취하면 식욕을 담당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낮에 칼로리를 덜 섭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수면부족은 비만의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인데 수면과다도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잠을 많이 자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심혈관계 질환의 가장 큰 위험인자인 고혈압도 매일 밤 숙면을 취하면 혈압 조절 능력도 향상되어 심장병의 위험도 감소된다고 하니 충분한 숙면은 그야말로 보약이라 할 수 있다.

수면과 관련된 뇌의 호르몬은 멜라토닌이다. 뇌의 송과체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은 이제는 자야할 시간임을 알려주고 수면-각정 주기를 조절한다. 밖이 밝을 때 멜라토닌을 덜 만들고 겨울과 같이 어두울 때 더 많이 만들어진다. 멜라토닌 수치는 저녁 동안 상승하고 밤새 높게 유지되어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며 아침에 수치가 다시 낮아져 사람이 깨어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이 덜 생성되어 노년기에 잠이 줄어들게 만든다. 멜라토닌은 약으로 조제되어 판매되는데 밤에 잠들기 어려운 분이나 교대 근무로 밤에 일한 후 낮에 잠을 자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인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은 7~9시간이다. 매일 밤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은 수면부족의 영향에 익숙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체가 더 적은 수면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 부족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항상 더 낮은 수준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능저하가 너무 점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잠이 부족하면 낮잠이라도 자는 것을 추천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에디슨 그리고 윈스턴 처칠도 낮잠을 꼭 잤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떤 전문가들은 낮잠이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하지만 하루 20분의 낮잠은 신체가 재충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20분 이상의 낮잠은 오히려 깊은 잠에 빠지게 되어 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술은 마시는 것은 오히려 술에 의한 이뇨작용으로 간밤에 화장실을 가야 하고,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렘(REM)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므로 피해야 한다.

잠은 인생의 1/3에 해당한다. 충분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필수적이다.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이제는 잠에 투자할 때이다. 좋은 침구도 좋지만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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