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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화천대유'서 50억 받은 곽상도 아들 "7년 공적 인정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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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 직접 해명 나서
"입사할 때 모든 게 세팅... 일에 최선, 충실한 말"
"일하다 두 차례 쓰러져... 건강 악화로 그만둬"
"주식·코인보다 화천대유 올인하며 대박 꿈꿔"
"아버지와는 무관...저는 치밀한 게임 속 '말'"


한국일보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에게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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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회사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퇴직 당시 50억 원을 받아 논란에 휩싸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58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계상하지 않은 채 배당금으로 모두 소진하는 결정이 있기 직전 발견해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은 공로,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7년간 근무한 공적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곽병채(31)씨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곽씨는 먼저 "안녕하세요. '화천대유'의 1호 사원이자,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하며 "저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논점을 교묘히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고 운을 뗐다.

곽씨는 "2015년 6월경 '화천대유' 입사 후 2018년 2월까지 약 3년간 233만 원을, 2018년 3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는 333만 원을, 이후 2021년 1월까지는 383만 원의 급여를 받고 일했습니다. 세전 금액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가시화되고 2020년 6월 퇴직금을 포함해 5억 원의 성과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라며 "2021년 3월 퇴사하기 전 50억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성과급 계약이 변경되었고, 원천징수 후 약 28억 원을 2021년 4월 30일경 제 계좌로 받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입사할 때부터 약속되어 있던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임직원이 성과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구체적인 시점과 금액은 각 개인과 회사 간 체결한 내용이라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인 곽 의원과 무관하고 정당히 일해 받은 돈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50억 원을 받은) 이 사실을 최근에 아셨습니다. 암이 전이되어 어머니께서 올해 2월 거동이 불편해져 입원하셨고 급기야 5월 20일 별세하셔서 말씀드릴 사정이 되지 않다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화천대유'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셔서 급여랑 성과급 등을 말씀드렸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성과급과 위로금을 이렇게 많이 책정받은 것은,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 데 따른 것입니다"라며 "회사가 이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면 저도 성과급 등으로 이만큼 받을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저도 회사 직원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58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계상하지 않은 채 배당금으로 모두 소진하는 결정이 있기 직전 발견해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은 공로,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7년간 근무한 공적을 인정해 회사에서 결정해 주었습니다"라며 "제 인생은 제가 선택하고, 제가 책임지고, 제가 그려왔습니다. 이 돈은 모두 제 계좌에 있고 제가 화천대유에 입사해서 일하고 평가받은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50억 원 중 원천징수 후 28억 원 수령... 아버지와는 무관"

한국일보

24일 경기 성남시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과 국민의힘 지역 당협위원장 이름으로 상반된 의미를 담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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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는 실제 일하지 않고 직원으로 등록만 돼 월급과 성과급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사 후 진행한 업무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일축했다. 너무 열심히 일한 탓에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도 했다.

그는 "2018년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도 생기곤 했다"며 "점차 심해지더니 한번은 운전 중에, 또 한 번은 회사에서 쓰러져 회사 동료가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증상은 계속 악화됐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점차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딸을 가진 아빠로서 힘든 결정이었지만 더 이상 회사를 다니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라며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로 인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과 이 모든 것이 과도한 업무가 원인일 것이라는 데 회사가 인정해 성과급과 위로금을 책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곽씨는 "현역 국회의원의 자식으로 당연히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 '화천대유'라는 게임 속 '말'"이라며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어 위에서 시키면 열과 성을 다해 일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버지 소개로 '화천대유' 알게 돼"...곽 의원 "아들이 공고 보고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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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서판교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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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는 입사 과정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그는 "2015년 2월 연세대 원주캠퍼스 디자인예술학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 졸업 직후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디자인 분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라며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김ㅇㅇ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하셨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어떤 회사인지', '뭘 하는 회사인지'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검색해봤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부동산 개발사업은 대박이 날 수도, 쪽박을 찰 수도 있지만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는 상태라 이 사업이 대박이 날 수도 있겠다, 한번 베팅해볼 만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이에 직접 문의했고 채용 절차에 따라 공고가 나면 공고를 통해 지원하라는 답을 받아 '화천대유'에 지원하였고, 면접을 본 후 2015년 6월경 입사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앞서 아들의 입사 과정에 대해 "2015년 당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한 뒤 현재는 퇴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곽 의원 자신은 아들의 입사 과정에 전혀 개입한 적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이날 아들 곽씨는 "아빠의 소개로 화천대유를 알게 됐다"고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도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수천억 벌게 만든 설계 문제인가, 열심히 일한 개인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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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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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는 "이런 기회조차 없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무리 그래도 성과급, 위로금 그리고 퇴직금이 과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저는 주식, 코인에 올인하는 것보다 이 회사 '화천대유'에 올인하면 대박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화천대유'의 배후에 있고 그로 인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는 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의 개인적인 문제, 특히 제 건강과 관련한 문제는 저의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며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입니까,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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