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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출 중단 도미노 확산하나…KB국민은행도 대출증가율 5% 근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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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증가세 빨라…최악의 상황에 대출 중단 불가피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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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중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연 증가율 목표치에 근접했다. 추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일부 대출의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은행권의 대출 중단이 확산할 가능성도 커진다.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68조8297억 원으로 작년 말(161조8557억 원)보다 4.31% 늘어났다. 아직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인 5~6%를 넘지 않았지만,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이 추세를 유지하면 다음 달에는 가계대출 연 증가율이 5%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말 2.58%에 그쳤지만, 한 달 만인 8월 말 3.62%로 1%포인트(p) 이상 높아지더니 보름이 지난 이달 17일 0.53%p 높아져 4.15%에 달했다. 추석 연휴 이후인 23일에는 0.16%p 높은 4.31%로 집계됐다. 연휴가 끝난 후 단 하루 만에 이같이 빠른 속도로 대출이 증가한 것이다.

대출 종류별로 작년 말 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세자금대출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전세자금대출의 잔액은 25조3949억 원으로, 증가율은 18.80%로 집계됐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121조2992억 원)이 4.03%, 신용대출(37조7825억 원)도 올해 들어서만 6.03% 늘어났다.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잠재우기 위해 이달 29일부터 가계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다.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한도도 축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우선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는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된다. 만약 임차보증금이 최초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2억 원 오른 경우, 지금까지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임차보증금(6억 원)의 80%인 4억8000만 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임차보증금 증액분인 2억 원을 넘는 대출이 어려워진다.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된다. 지금까지는 잔금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대부분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이 적용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러나 이제는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잔금대출 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는 분양가가 5억 원인 아파트의 시세가 10억 원이 되면 10억 원이 대출의 기준이 됐지만, 이제는 기존 분양가인 5억 원을 기준으로 잔금 대출의 한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6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운용 기준을 기존 ‘100∼120% 이내’에서 ‘70% 이내’로 강화했다.

또,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도 제한한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에 가입한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는 LTV만큼 모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할 수 있다. 이번 가입 제한으로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000만 원의 대출 한도 축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가계대출이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어서 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불기피한 조치”라며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자들에는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짜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만약 29일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남은 방법은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만약 KB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해 대출 중단 결정을 내릴 경우, 다른 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앞서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이 일부 대출을 중단하면서 이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에 다른 은행권 역시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16일 기준 5대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69%로 집계됐다. 특히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7.4%와 5.04%에 달한다.

[이투데이/김유진 기자(eugen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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