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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강경 본색 드러낸 탈레반…아프간 이발사들에게 면도 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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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이 온건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공표와는 달리 이발사들에게 면도 금지령을 내리는 등 강경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27일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텔레반은 최근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의 이발사들에게 면도나 수염을 다듬는 것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면서 이런 영업 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탈레반은 금지령을 어길 경우 처벌받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헬만드 주 미용실들에 붙어 있는 공고문에서 미용사들이나 이발사들은 이발이나 면도에 있어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라야 한다면서 "누구도 이에 대해 불평할 권리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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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거리에서 머리를 깎고 있는 한 이발사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카불의 일부 이발사들 역시 자신들도 유사한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불의 한 이발사는 "탈레반 전투원들이 계속 와 면도를 중단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며 "비밀 조사관을 보내 위반 행위자를 잡겠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카불에서 대형 미용실을 운영하는 또 다른 미용사 역시 최근 정부 관료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미국 스타일을 추종하는 것을 멈추라"는 명령과 면도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들었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이 같은 행태는 재집권 이후 '정상국가'를 자처하는 공식 입장과는 달리 탈레반이 과거의 엄격한 통치로 회귀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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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1차 집권기인 1996∼2001년에도 대담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남성들은 수염을 길러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아프간에서는 말끔히 면도하는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고, 많은 남성들이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나 면도를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이발사들은 재집권한 탈레반의 면도 금지령으로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한 이발사는 "우리 미용실은 수 년간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대로 면도하고 최신 유행을 연출하는 장소였지만 미용실과 이발소는 금지된 사업이 되고 있다"며 15년 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또 다른 이발사는 관련 명령을 당국으로부터 받지는 않았으나 면도 영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들은 수염을 깎지 않는다. 거리에서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지목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탈레반과)섞이고 비슷하게 보이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리를 자르는 요금도 내렸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며 "아무도 이제 유행이나 헤어스타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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