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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도 떤다…올해도 국정 빠지고 기업만 남은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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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편집자주] 대기업 총수 부터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오너, CEO까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기업인들이 대거 증인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국정 점검 보다 기업에 대한 영향력 과시 무대로 변질되면서다. 매년 반복되는 국회 국정감사의 '기업 군기잡기' 구태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MT리포트-올해도 기업인 국감]①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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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그룹 대관(對官)팀이 홍역을 치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소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출석 요청 검토의 배경은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SK그룹의 사업 계획을 묻겠다는 것. 재계에서는 황당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상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반응이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총수를 불러 정부 정책에 대한 사업 의지를 캐묻겠다니 기업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면 길들이겠다는 것 아니냐"며 "국정을 감시해야 할 국정감사가 기업과 시장, 민간에 대한 감사로 뒤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감을 앞두고 기업들의 스트레스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도 기업인들이 '단골손님'으로 오르내리면서다. 기업인을 무더기로 불러내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낯익은 구태'가 되풀이될 조짐이다.

국감에 기업인을 호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의 역할이 소홀하다는 명분으로 국감에서 직접 기업인을 소환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인 출석을 요구하는 이유나 배경, 규모다. 일단 규모부터가 예상 이상이다.

국감에 호출되는 기업인은 17대 국회 국감(2004~2007년)에서 연평균 52명, 18대(2008~2011년) 77명, 19대(2012~2015년) 124명, 20대(2016~2019년) 159명으로 해마다 급속도로 늘었다. 기업이나 산업 분야와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까지 가세한 것도 기업인 출석을 부풀렸다.

올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최고 자산가에 올랐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 김정주 넥슨 창업주, 강한승 쿠팡 대표, 배보찬 야놀자 대표 등의 증인 출석이 확정된 상태다. 김범수 의장, 한성숙 대표 등은 출석이 확정된 정무위나 농해수위 외에 산자위 등에서도 증인 출석을 신청해 2~3개 상임위 국감에 중복 출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인사는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업체를 대상으로 국감 뺑뺑이 판을 짰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여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상대로 국회가 군기잡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다. 플랫폼업계만이 아니다. 올해 10대 그룹 중 6개 그룹 총수가 국감 증인으로 신청된 것을 두고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치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감시기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정감사에 국정이 빠지고 기업만 있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국감의 타깃으로 떠오른 플랫폼업계에서도 첨단 기술을 근간으로 기존 사업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에 필요 이상의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혁신과 성장이 정부가 정한 범주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어떤 혁신 기업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 출석 요구가 늘어나는 것은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누구나 알만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화제성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정치인에게 얼굴을 알린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업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여야의 정쟁이 심해지면 양쪽의 의견차로 민감한 정치인이나 관료 출석이 불발되는 틈새를 기업인으로 메우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기업이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면 국회가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거나 기업과의 인연을 쌓는 수단으로 국감이 활용된다는 의심도 거두기 어렵다. 대기업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나중엔 실무담당자로 '급'을 낮추는 경우가 그런 의심 사례다. 애초에 불가피하게 기업을 불러 추궁할 일이 있더라도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니라면 실무자를 부르는 게 효율적인데 굳이 기업 총수나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국감이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이자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의원들의 민원 창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4년 전까지는 대기업 총수들이 국감 출석을 피하느라 10월만 되면 줄줄이 해외출장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국내에 남아 시달리느니 글로벌 사업장을 점검하고 해외 파트너를 만나 먹거리를 찾는 게 낫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가에서 국감 증인 출석과 관련해서 '1빽 2도(해외도피) 3병(병치레)'이라는 얘기가 돌았던 배경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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