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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월가 거물’ 지난달 비밀리 방중…이례적으로 베이징서 중국 지도부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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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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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거물급 인사가 지난달 비밀리에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관계가 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막후 채널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미 금융 라운드테이블(CUFR)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존 손튼 전 골드만삭스 사장이 지난달 말 베이징을 방문해 한정(韓正) 중국 부총리 등을 만났다고 27일 보도했다. 손튼 전 사장은 지난달 6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상하이에 3주간 머물렀으며, 베이징에서 한 부총리 및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특사와 면담한 뒤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일주일간 여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손튼 전 사장이 한 부총리와 기후변화와 신장 문제, 미·중 양자대화 재개 조건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그가 악화된 양국 관계 속에서 고위급 메시지와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는 비공식 채널 역할을 했다고 SCMP에 전했다. 손튼 전 사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 고위급 인사를 면담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고위급 인사들은 방역을 이유로 수도 베이징에서 외국 손님을 맞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이달 초 중국을 찾은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도 모두 베이징이 아닌 톈진(天津)에서 중국 측 인사들을 접촉했다.

SCMP는 손튼 전 사장이 코로나19 이후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를 면담한 외국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례없는 접근을 허용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이번 방중이 1971년 양국 관계 개선을 길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의 극비 방문과 유사한 성격이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해당 소식통은 “손튼 전 사장이 케리 기후특사가 중국을 공식 방문하기 전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와도 만났다”며 “그는 한 부총리에게 케리 특사가 기후 회담 뿐 아니라 전반적인 미·중 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의 핵심 인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튼 전 사장의 방중이 실제 어떤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당시 방중과 관련해 미·중 관계에 깊이 관여하는 백악관 관리와도 사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CMP는 손튼 전 사장의 방중 사실을 보도하면서 중국의 미국에 대한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EO) 석방 문제가 최근 해결된 것에 주목했다. SCMP는 손튼 전 사장이 한 부총리에게 기후변화와 관련해 조 바이든 정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전달했고, 한 부총리는 그에게 중국이 곧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지원 중단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고도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제76차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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