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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칼럼]참을 수 없는 홍준표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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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하 호칭 생략)은 솔직하다. 톡 쏘는 매력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해보면 더 선명하다. 홍준표는 주택 청약통장이 뭔지는 알 것 같다. 동문서답했다면 나중에라도 ‘잘 몰랐다’고 인정은 할 것 같다.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컴백홍(홍준표로 돌아오라) 등의 조어가 나오는 배경일 터다. 실제로도 그는 ‘핫’하다. 지난 16일 발표된 9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보수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29%로 윤석열(24%)을 제쳤다.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실장


뜨는 홍준표에게도 고민은 있다. 냉담한 여성들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공개한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를 보면, 홍준표에 대한 여성의 호감도는 19%, 비호감도는 72%를 기록했다. 남성은 각각 38%, 55%였다. 청년층에선 성별 격차가 더 크다. 20대 남성의 47%, 30대 남성의 50%가 호감을 표시했다. 반면 20·30대 여성의 호감도는 각각 14%, 21%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는 억울해 보인다. “사소한 말 몇 마디로 오해하고 있는 여성들…”(페이스북), “여성층에서 부진한 것은 몇몇 말꼬리 시비 때문”(서울경제 인터뷰)이라고 한다.

‘사소한 말 몇 마디’의 역사를 보자.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나 봐라”(2009년 추미애 의원에게),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2011년 대학생 간담회), “너 그러다 진짜 맞는 수가 있다”(금품수수 여부 물은 여성 기자에게), “분칠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뽑아선 안 된다”(2011년 나경원 의원을 겨냥해), “설거지를 어떻게 하나.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2017년 방송 인터뷰)….

돼지흥분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소개한 일화다. 대학 시절 하숙집 친구가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고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한 친구에게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돼지)흥분제를 구해주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2017년 대선 때 논란이 되자, 자신이 공모한 것이 아니며 다른 하숙생들이 한 일을 말리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원문에는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 모두가 ‘말꼬리 시비’에 불과한가.

과거 일이라 치자. 사람은 변하니까. 2021년의 홍준표는 달라졌을까?

지난 6월 청년정책 토크쇼. “휴머니즘을 따져야 할 시점에 무슨 페미니즘을 따지냐. 집안 경제권은 집사람이 다 갖고 있다. 나는 밖에 나와서 세상일 하는 사람이다.” 여성의 집안일과 남성의 세상일을 구분하는 건 휴머니즘이 아니다. 안티 페미니즘이다.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속된 말로 ‘여자가 당했다고 하면 당한 것’이라는 건데, 잘못된 판결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무조건 피해자를 믿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피해자 진술을 재판부가 사회적 통념만으로 배척하지 말라는 뜻이다.

홍준표는 27일 여성정책을 발표하겠다며 시간까지 공지했다가 연기했다. 예고편은 이미 나와 있다. “여성가족부는 보건복지부와 통합할 것이다. 행정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시사저널 인터뷰). 좀 그럴싸한 명분을 대라. 2021년 여가부 예산은 1조2000여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에 불과하다.

홍준표의 문제는 젠더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과잉 수사”라 했다가 ‘조국수홍’(조국 수호+홍준표) 비판을 받자 말을 바꿨다. “국민들이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대중이 아니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텐가.

국민의힘이 실시한 ‘국민 시그널 면접’도 홍준표의 현재를 드러냈다.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은 저를 안 찍는다”며 가볍게 피해갔다. ‘돼지발정제 때문에 여성들이 못 찍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했다. 면접관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웃지 못했다.

2017년의 ‘막말준표’는 4년 만에 ‘홍카콜라’로 돌아왔다. 홍준표는 눈앞의 허들을 정면돌파하는 대신 특유의 가벼움으로 비켜간다. 경쾌함 뒤에 숨어 검증을 피하려 한다. 성찰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임기응변이 화려하다. 그가 검증으로부터 안전해지는 만큼 공동체는 위험해질 수 있다. 대선 후보는 가벼워질 자유가 없다. 얼렁뚱땅 넘어갈 권리도 없다. 진지함은 주권자에 대한 의무다.

김민아 논설실장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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