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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독일 사민당 초박빙 승리…연정 색이 ‘포스트 메르켈’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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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차기 정부 ‘안갯속’

[경향신문]
총선 이후 차기 정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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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좌파 이끈 숄츠, 기민·기사당 1.6%P 차 제치고 제1당 올라
녹색·자민당과 손잡고 ‘신호등 연정’ 땐 16년 만의 정권교체
문제는 정책 간극…기민·기사당은 ‘자메이카 연정’ 수성 노려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야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기민·기사당)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승리했다. 사민당은 16년 만의 정권교체를 천명하며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연립정부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발의 차이로 패한 기민·기사당도 연정 구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당은 교체됐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2라운드 대결은 진행형이다.

독일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299개 선거구에 대한 개표 결과 사민당이 25.7%의 득표율을 기록해 24.1%를 득표한 기민·기사당보다 1.6%포인트 앞섰다고 밝혔다. 이어 녹색당 14.8%, 자민당 11.5%, 독일대안당(AfD) 10.3%, 좌파당(링케) 4.9%의 순이었다. 의석수로 환산하면 전체 735석 중 사민당이 206석, 기민·기사당은 196석, 녹색당은 118석, 자민당은 92석, AfD는 83석, 좌파당은 39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메르켈 총리와 함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 대연정을 이끌어온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안정적인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올 초 13%까지 떨어졌던 사민당의 지지율은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숄츠 후보가 연정 구성에 성공한다면 16년 만에 보수 연합에서 중도 좌파 정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반면 올 초까지 37%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던 기민·기사당은 코로나19 팬데믹, 서부 지역 대홍수 등의 악재로 추락하면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설립 이후 역대 최악의 선거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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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이 승리했지만 차기 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쥐드도이체차이퉁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사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면서 “유권자들은 내가 연정을 구성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당 총리 후보는 “항상 가장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총리를 배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민·기사당 주도로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최다 득표 정당에 연정 협상의 우선권을 주지 않고 모든 정당이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 협상에 시한도 없다.

현재로선 다양한 형태의 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특히 연정 성사의 캐스팅보트를 쥔 녹색당과 자민당의 몸값은 한층 올라가게 됐다. 사민당이 이들 두 당과 손을 잡으면 ‘신호등 연정’(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이 만들어지면서 정권교체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사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건 매년 10만호 사회주택 공급,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부활 등 진보적 공약들이 힘을 받게 된다.

문제는 세 정당 간 정책 차이가 작지 않다는 점이다. 녹색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대응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사민당과 성향이 비슷하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와는 날을 세워야 한다는 등 외교적 입장은 사민당과 반대다. 친기업적인 자민당 역시 세율 인상 등 경제 정책서 사민당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민·기사당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독일에선 제1정당 소속이 아닌 총리가 세 차례나 탄생한 바 있다. 이번에도 녹색당과 자민당이 기민·기사당의 편을 들어주면 ‘자메이카 연정’(기민·기사당·검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이 만들어져 현 정권은 유지된다. 제3당이 된 녹색당이 어느 쪽을 택하든 안날레나 배어복 대표는 내각의 주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2017년 메르켈 총리 취임 당시처럼 사민당이 결국 기민·기사당과 손을 잡고 녹색당이나 자민당이 참여하는 ‘케냐 연정’과 ‘독일 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라셰트 후보가 독자 연정 구성 의지를 먼저 접어야 한다.

한편 이번 총선은 급진 좌파와 극우 정당에는 불운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난민 추방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켰던 AfD는 이번 총선에서 10.3%의 표를 얻어 원내 진출엔 성공했지만 지난 총선(11.5%)에 비해 득표율이 1.2%포인트 하락했다. 독일 사회의 주요 의제가 난민 문제에서 기후변화로 전환된 데다 AfD 소속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에 대한 반감도 커진 탓이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은 연정 협상에서 AfD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린 주택 몰수’ 등의 공약을 내세운 좌파당은 간신히 원내에 진출하게 됐다. 득표율 5%를 넘지 못했지만, 지역구 3석 이상의 의석을 얻으면 원내 진출이 가능하다는 조건은 충족했기 때문이다.

사민당과 기민·기사당은 오는 12월 크리스마스 전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대통령이 나서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4년 전 총선 이후에도 오랜 협상 끝에 연정이 타결됐으며, 2017년 총선 때는 약 6개월 만에 메르켈 총리가 다시 선출됐다. 새 총리가 선출되기 전까지 메르켈은 총리직을 유지한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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