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베이징 공기 미세플라스틱, 서울의 200배? 안심 못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중국 베이징 시내 풍경. 강찬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시내 공기 1㎥에 미세플라스틱이 400개 가까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지난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공개한 서울 지역 공기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평균 2개가 채 안 됐다.

그렇다면 베이징 공기 속 미세플라스틱 숫자가 서울의 200배나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연구 방법 차이 때문에 차이가 나타났을 뿐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차이 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등 5개 도시 조사



중앙일보

중국 도시 공기 플라스틱 조사지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원저우(溫州)대학 연구팀은 27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베이징 등 중국 5개 도시의 공기를 2019년 8~9월에 채집해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연구팀은 공기 시료 속의 미세플라스틱을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크기와 모양을 측정했다.

이와는 별도로 마이크로 퓨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기(μFTIR)로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확인했다.

중앙일보

중국 도시 공기 미세플라스틱 농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분석 결과, 베이징의 공기에는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393개/㎥, 톈진에서는 324개/㎥, 상하이 267개/㎥, 항저우 246개/㎥, 난징 177개/㎥ 등이 들어있었다.

수도권 도시(베이징과 톈진)는 평균 358개/㎥였고, 양쯔강 삼각주 지역 3개 도시는 평균 230개/㎥였다.

베이징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지난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외 공기에서 측정한 평균 농도 1.96개/㎥의 꼭 200배다.



농도 차이는 조사 범위가 다른 탓



중앙일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채취 모습.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서울과 베이징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분석 방법, 조사 대상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FTIR분석법을 사용했으나, 크기가 20㎛ 이상 되는 것만 분석했다.

중국 연구팀은 5㎛ 이상 되는 미세플라스틱은 모두 분석했다.

중국 연구팀은 논문에서 75개 시료에서 검출한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모두 2만1099개로, 크기는 5.9~1475.3㎛ 범위였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크기별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가운데 30㎛ 미만인 것이 1만3006개로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30~100㎛ 미만이 6991개(33.1%), 100~300㎛ 미만이 993개(4.7%), 300~1000㎛ 미만이 104개(0.5%), 1000㎛ 이상이 5개(0.03%)였다.



작은 것까지 분석하면 훨씬 많이 검출



중앙일보

지난 3월 러시아 톰스크의 한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미세플라스틱, 시베리아에서 채취한 눈 샘플 속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서울에서는 절반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측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수치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중국 연구팀 역시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측정하지 않았는데,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5㎛ 이상 되는 것보다 공기 중에 더 많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 베이징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5700개/㎥로 측정하거나, 상하이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1.42개/㎥로 측정되기도 했다"며 "주사 전자현미경 또는 비분산 적외선 분광기(FTIR)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어느 계절에 측정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적인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분석 방법과 계절 요인에 의한 오차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내년부터는 20㎛ 이하 미세플라스틱까지 측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 모양보다는 조각 모양이 대부분



중앙일보

한국해양과학원 연구진이 현미경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관찰하는 모습. 강찬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연구팀 분석 결과, 미세플라스틱의 모양은 대부분 조각 모양이었는데, 5개 도시에서 73.5~96.6%(평균 88.2%)를 차지했다.

조각 모양의 미세플라스틱은 5-30㎛에서는 98.4%, 30-100㎛에서는 79.1%를 차지했으며, 기다란 섬유 모양의 미세플라스틱은 100~300㎛ 크기에서는 80%, 300~1000㎛에서는 86.6%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에틸렌(PE)이 26.6%로 가장 많았고, 폴리에틸렌 텔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가 16%, 폴리스타이렌(PS)이 14.9%, 폴리프로필렌(PP)이 13.6%, 폴리아마이드(PA) 7.3%, 폴리염화비닐(PVC) 6.6% 등을 차지했다.

섬유 모양은 대부분 폴리에스터(47.2%), PA(17.2%), PP(8.9%)로 구성됐지만, 조각 모양은 PE(35.3%), PS(20.0%), PP(15.5%)가 많았다.

중국 연구팀은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농도와 미세먼지 등 다른 대기오염물질과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中 도시인들 年 100만 개 이상 흡입



중앙일보

스모그로 뿌옇게 변한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 강찬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은 난분해성 유기화합물질이나 중금속 등 다른 유해물질을 흡착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단량체(monomer)나 각종 첨가제 등을 포함하고 있어 체내에 흡입될 경우 건강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사람이 흡입할 경우 건강에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연구팀은 "성인이 하루에 15㎥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가정할 때, 중국 수도권 도시 주민은 하루 5370개, 양쯔강 삼각주 지역 도시민은 하루 3450개씩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120만~200만개나 흡입하는 꼴이다.

연구팀은 또 "실외보다 실내 공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더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흡입하는 미세플라스틱은 더 많을 수도 있다"며 "미세플라스틱 노출과 관련된 건강 위험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